"이번 생은 이미 망했다."
어제인 6월 5일 아침, 난 6시 30분 첫 알람을 그냥 꺼둔 채 '5분만 더'라는 생각을 하곤 다시 눈을 감았다. 다음 알람이 울리고 눈을 떴는데 기분이 싸했다. 허겁지겁 침대 옆 아이패드의 스크린을 확인하니 시간은 7시 30분. 바로 그 뒤엔 조금 더 긴 허겁지겁으로 급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집을 나섰다.
100M 달리기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기 바로 직전, 출발선에 쪼그려 앉아있는 선수들은 잠깐의 심호흡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건 내게 출근 직전, 피우는 담배 한 개비 비슷한 건데, 어제 난 그걸 못했다. 바로 운전석에 올라 회사로 출발했다. 내비에 표시된 도착 예상시간은 '8시 25분', 출근시간 데드라인 5분 전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로비로 달려가니 얼마 전에 새로 교체한 엘리베이터는 3층, 4층, 5층, 오만 곳에 다 서고 더럽게 느린 속도로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또다시 더럽게 느린 속도로 사무실에 올라가는 중 나는 생각했다. 내일은 '10분', 딱 그만큼만 일찍 나오자고.
그리고 6월 6일 오늘 아침, 난 정확히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날 깨운 건 7시 30분 발 '다섯 번째' 알람이었다. 데자뷰라도 일어난 듯 난 또 허겁지겁 집을 나서 차로 달려갔다. 스피커에선 어젯밤 산책을 하며 듯던 '검정치마'의 'Tangled'가 흘러나왔다. 어제만큼 막히는 도로 위, 목은 마르고 연기가 간절한 그때 조휴일은 "씨발 나 어떡해"라는 가사를 내뱉었고, 난 사무실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속에서 그 말을 계속 읊조렸다.
"씨발, 나 어떡해"
난 겨우, 8시 30분, 바로 그 1분 전에 PC와 모니터의 전원을 켰고, 고작 10분을 더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계속 똑같은 말을 읊조리고 있었다. 이렇게나 무력한 나라니.
음악이 간절해졌고 난 에코백을 뒤졌다. 하지만 에어팟 케이스 안에 이어폰은 없었고, 난 또다시 같은 말을 속으로 읊조렸다.
오늘은 퇴근 후 팀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기로 했고, 차는 두고 집에 갈 생각이었다. 근데 이어폰이 없다. 별것도 아닌 일에 난 절망했고, '이번 생은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절실하게, 난 글렀다고 생각했고, 오늘 한 일이라곤 고작 문장 몇 개 쓴 게 다였다.
퇴근 후엔 자괴감에 흠뻑 젖은 몸 안으로 맥주를 채워 넣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팀 누나는 내게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겨우 초등학생이던 내게, 어른들이 저런 질문을 던졌을 때처럼, 난 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
"난 겨우, 오늘 아침도 내 뜻대로 못하는 사람인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냐?"
머릿속엔 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난 또 한 번 소리 없이 읊조렸다.
"씨발 나 어떡해"
내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걷히긴 할까?
나와 함께여도, 괜찮은 사람이 있긴 한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난 완벽하게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summer's never coming again
we will tangle in the wind and rain
it's ok with me though
i will just keep my radar low
if you knew what I know
it's nothing knew at all
but love stay with me
love stay with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