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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닝닝하고 밍밍한 Jun 22. 2023

언니에게


  오늘 언니가 있는 중국으로 책을 보냈다.

<몇 겹의 마음>에 등장하는 언니에게, 의 그 언니에게.

  역병을 앓느라 이제야 보낸다.

 내 이름이 새겨진 북다트와 인덱스 플래그를 넣어서 보냈다.


  어쩐지 해외 배송은 설렌다.

  이방의 어느 곳에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와 언니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따위를 중얼거렸을 걸 생각하면 문득 아름답다.

  세상이 우릴 이어주는 기분이랄까.

  오래 헤매다가 찾아간 곳이 마침 거기라는 듯이.


  생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 회한 같은 올드한 감정이 보가 터지네 요즘, 이라며 언니가 안부를 전했다.


  언니의 서식지에서 언니는 어떤 보호색을 가지고 사는 걸까.

  견디기 위해서.


  그런 언니가 늘 궁금하고 세상 기특하다, 고 말했다.


  언니는, 진득하니 글을 쓰고 종래에는 책을 내는 넌 정말 멋쟁이야,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고 내가 말했지만, 그리 크지 않을 순 있어도 단단하고 그윽한 나무 같아 멋지다고 언니는 또 한 번 내게 말해 주었다.


  언니, 그 말은 꼭 기억하고 있을게.

  힘들 때 꺼내보게.


  지도에도 없는 곳을 혼자 다니는 언니의 걸음을, 몰래 추억해 보는 밤이야.

  슬프지도 환하지도 않았던 언니의 내부 같은 그 문장들을 좋아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오래 견딘 문장들, 나 혼자 먹먹했는데.

  목 뒤의 멍울처럼 문득 만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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