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해장국
중력이 없는 곳에서 울고 있다는 느낌
스쳐 가는 생각들
순서 없이 파고드는데
시가 아닌 건 없다. 잠들기 다 틀린 새벽
아무것도 남지 않고 시가 남았다.
한기가 심장까지 들어왔던
비바크의 날들과.
죽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는
운 없었던 친구들이
순서 없이 시로 온다.
유리창 가득 성에 낀 24시 해장국집은
영하 13도짜리 먼 나라
입김으로 흘러나온 경전들은
희게 희게 하늘로 간다.
말줄임표가 많은 해장국집
용케 시동이 걸린 첫차는 용역들을 태우고
태엽 장난감처럼
위태롭게 멀어졌다.
기대했던 걸 내려놓았다. 새벽에.
_허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과지성사, 2020, p.58-59.
*
서서히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문득,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얼굴.
내내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킬 게 많은 사람은 언제나 사람을 잃지.
나는 그녀에게서 커피를 배웠는데.
아침마다 손에 쥐어 준 커피에서, 아니 당신의 온도에 대해 배웠는데.
나는 사실 넓지도 깊지도 높지도 않았는데 그 넓이만큼 깊이만큼 높이만큼 멀어졌다. 그런 척 했던 날들은 언젠가 위태롭게 사라진다.
어디에 있을까.
그녀를 떠나보내고 나는 오래 시를 썼다.
시를 쓰는 동안은 나에게로 오는 중이라고 믿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