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면 할수록 비천해갔다
밤의 이야기들은 어디에서 역류하였을까
누추한 일은
사라지지 않고 남으려는 몸
물이 물 아닌 시름
내 슬픔의 경로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일인데
살아서 자주 역류했다
당신이
관념이
아름다움이
세상모르고 거기 있을 때
서러운 풍경은 모이거나 흩어졌고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문과 문 사이에서 앞날을 흔들어 보기도 했으나
거꾸로 서서 내일을 본 적 있니
웃어본 적 있니
물구나무서서 보는 일은 좀 괜찮았는데
무언가 잘 안 되어 생이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면
모쪼록
이것도 역설의 방식이라 하면 안 될까
나도 내가 아닌 곳으로 흐른 때가 많았으니
너무 오래되었다면 그리 두어라
긴 밤이여 솟구쳐 흘러라
_이규리, 『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2020,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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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로 흐르는지 모를 때, 뭔가 하면 할수록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방향으로만 흘러갈 때, 그게 지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때 역류성 식도염이 온다.
기다리는 일들이 물거품이 되면서 나는 자꾸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기다리는 일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만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꿈에서조차 마주친다. 자주, 슬픔이 발화된다.
어떤 형식을 갖는 것은, 미완의 일에 가까스로 도달하는 일.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드디어 꺼내는 거지. 잘 모르는 일이다. 현실에는 내가 없다. 역류성 식도염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