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줍음 많고 담백한 남자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보는 기분 나쁜 느낌.
여자의 육체는 남자들에 의해 본능적으로 파악된다. 그들은 결코 망각하는 법이 없다.
예쁜 여자와 안 예쁜 여자, 그리고 처녀(아가씨)와 아줌마. 혹은 여자의 육체에서 뿜어 나오는 모든 기운들을 그들은 놓치지 않는다.
나이 많은 남자들, 통틀어 성인 남자들의 여자에 대한 오만과 야릇한 몽상이 나는 싫다. 말해 주지 않아도 완벽하게 텍스트를 해독하는 양 너는 처녀, 너는 아줌마라고 단정 지으며 처녀들에겐 주의력을, 아줌마들에겐 방심하는 행위를 번갈아가면서 대하는 그들을 볼 때, 그들의 몸 어느 구석에 제 때 버리지 못한 욕망들이 저처럼 예민한 촉수로 떠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신혼 초에 운전을 배웠었다. 강사들은 저들만의 정교한 촉수를 가지고 있는 양 내가 알려주지 않은 나에 대해 20 대니, 학생이니, 방학했냐는 등의 이야기를 제 맘대로 마구 마구 쏟아 놓다가 내가 무표정하게 결혼했다고 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마에 ‘나 아줌마’라고 쓰고 다니라는 거다. 심지어 어느 강사로부터 ‘주인 있음’이라는 말을 등에 붙이고 다니라는 말까지 들었다.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뻗뻗하게 굳어 있었다.
그들의 어이없는 정신착란 속에서 나는 처녀였다가 급선회하여 아줌마가 되는 순간, 육체를 재빨리 훑어보는 저속한 눈빛, 그 위로 애는 아직 없죠?, 하는. 그리고 그들의 손놀림은 괴팍해지고, 지껄이는 말들은 경박하고 기습적으로 변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데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한 번, 두 번, 그러다 조금 더 눈길을 주는.
아, 수줍음 많고 담백한 남자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