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닝닝하고 밍밍한 Aug 13. 2019

나는  무엇으로 확장되려다 만 것일까

-  쓰다 만 글들이 흉터처럼 작가의 서랍에 쌓여 있다.

  왜 나는 닥치는 대로 쓰고, 써지는 대로 살아갈 수 없는가


  김이듬 시인의 말이다.

  요즘 내가 하는 가장 생생한 고민이 이것이다.

  

  글쓰기를 멈추고 싶다가도 다시 쓰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쓰다가도 수없이 멈춰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누가 나를 등 떠밀었으면 좋겠다. 떠밀려서라도 쓰든지 멈추든지. 나는 명분 있는 일을 동경한다. 명분이 없는 일은 결국 의문 투성이다. '왜'라는 말을 수족처럼 달고 살아야 한다.


  쓰는 일이 괴롭다. 멈추는 일도 괴롭다.

  여기저기 쓰다 만 글들이 흉터처럼 작가의 서랍에 쌓여 있다.

  끝끝내 말하지 못하거나 쓰다가 만 문장들이 가엽게 난도질되어 있다.

  나는 무엇으로 확장되려다 만 것일까.

  얼마나 써야 나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밑줄처럼 누군가가 나의 문장을 지나쳐가기를, 문장의 바깥에서 오래 서성대기를.

  적어도 나의 글쓰기가 '왜'라는 말에 봉착하지 않기를, 서랍을 빠져나가 바깥을 궁금해하기를. 

 


요즘 다시 꺼내 읽는 시집들. 시인의 혀에 대해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그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