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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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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닝하고 밍밍한
Aug 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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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고향 서점에서 그 사람과 마주쳤었다.
다른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책 한 권을 만지작거렸다. 밑줄처럼 너무 진지하게 가라앉은 내가 뒤척이는 마음을 감추려고 페이지 사이에서 서성였다.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아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매번 똑같은 말을 주워 삼켰다.
잘 지냈냐고.
덮어 놓은 책처럼 안부조차 물을 수 없었던 이에게 문득 건네는 그 말,
나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저 멀리 있는 사람에게처럼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그 날 서점에서 나에게 건넌 책, 오랫동안 펴보지 못했다.
먼지가 데려온 시간들 사이로 다가올 문장들이 무서워서,
간신히 버티고 있던 성한 쪽마저 무너질까 봐.
옛날부터 그랬다.
당신은 항상 불편한 것들을 선물했다.
올 수 없으면서 오고 있는 척.
손상기, <공작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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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나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사력을 다해 쓰고 싶었다. 그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고, 나의 아껴둔 진심이었다. 다른 차원의 시간이 찾아올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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