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트 아웃(lights out) 리뷰

당신, 우리 엄마와 무슨 사이야?

by 이일영


lights out은 2021년 3월 3일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중이며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와 구글 스토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lights out은 유튜브에 먼저 공개된 동명의 단편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장편과 단편 모두 같은 감독이 만들었는데 단편이 인터넷 상에서 꽤 화제가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깜짝 놀랄 수 있는 장면이 있으니 유의하세요. 무서운 괴물이 나옵니다.






lights out 단편에 등장하는 괴물은 밝은 곳에서는 움직일 수 없고 어둠 속에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낮이라면 안전하겠지만 밤의 어둠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전등을 켤 수도 있겠으나 전등이 고장 나고 전기가 끊어지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 괴물을 무찌를 방법을 알더라도 빛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운명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괴물 자체가 크게 무섭게 생긴 것은 아니지만(어디까지나 제 의견입니다. 무서운 분장으로 유명한 공포영화를 생각해보세요. 비교하면 꽤 정감 가는 얼굴 아닌가요?) 빛과 어둠을 반복적으로 보여줘 괴물의 특성을 드러내고, 시청자가 직관적으로 앞일을 예상하게 만들어 공포심을 극대화시킵니다. 저 조그만 전등불이 꺼지면? 우리는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아주 큰일 나는 거죠. 우리에게 익숙한 어둠과 밤의 공포와 긴장을 잘 이용한 아이디어입니다.


lights out 장편은 단편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영화 내에서 단편과 다른, 새로운 특성을 가진 귀신이나 괴물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장편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엄마와 관계가 소원해 따로 나와서 살고 있습니다. 엄마를 적절한 보호자로 여기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동생이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동생을 엄마로부터 보호하려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불면의 이유가 엄마가 아닌 알 수 없는 존재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존재는 가족을 위협하고 있고 주인공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점으로 보는 이야기는 새롭거나 신선하진 않습니다. 괴물의 존재를 인지한 후 그 존재의 정체를 밝혀내 없애려는 게 주된 내용이며 이 흐름이 기존 공포영화들과 크게 다르게 전개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 등장인물들에게서 아주 흥미롭거나 독특한 특성을 찾아내기도 어렵습니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에 좋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괴물이 등장합니다. 무난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공포영화입니다. 인물 간의 관계도 아주 개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엄마와 괴물의 관계는 빼고 말이죠.





(이후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전 이 둘의 관계가 매우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영화가 괴물이 새아버지를 죽이면서 시작한다는 점부터가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주인공이 가족을 그림으로 그렸을 때도 괴물은 아빠를 지워버리고 대신 자신을 그려 넣습니다. 이 알 수 없는 존재는 엄마에게 굉장히 집착적이고 엄마는 이 괴물을 감싸고돕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괴물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단순한 집착을 넘어선 어떤 감정이 느껴집니다.


왜 이 존재는 엄마에게 몰두하게 되었을까요? 영화 안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엄마와 괴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영화가 더 흥미로웠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인공의 엄마와 영원히 ‘둘이서 함께’ 잘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존재가 조금만 더 아이들에게 다정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조금 더 영악하게 굴어 아이들을 밤마다 잘 자라고 토닥여주고 그림을 함께 그리며 놀아줬으면 이 존재는 엄마와 아이들에게 믿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방식의 공포영화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우리들의 친절한 밤 요정이 사실 새아빠를 죽인 범인이라는 충격 반전 공포영화가 되는 거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 존재가 엄마의 정신과적 증상 중 하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엄마와는 분명히 다른 존재지만 엄마를 매개로 실존합니다. 엄마의 상태가 괜찮을 때는 나타나지 못하다가 엄마가 취약해지고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할 때에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타인이 볼 때는 이 존재가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지만 엄마는 이 존재에 대해 전혀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이 존재는 타인으로부터 엄마를 고립시키고 병을 더 악화시킵니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이 존재는 거의 유일하게 엄마의 말을 약간이나마 듣기는 하지만 엄마의 의지에 반하는 일도 자행합니다. 그리고 이 존재는 정신병원에서 잘못된 치료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꽤 설득력이 있지 않나요?


그런데 저는 이 해석이 잘 들어맞는가와 별개로 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이 시각으로 보는 영화는 너무 슬프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엄마에게 너무 잔혹합니다. 영화 안에서 엄마에 대한 설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등장인물과 관계가 세밀하게 묘사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하게 엄마 자체가 괴물이라고 치부되기 쉽습니다. 주인공은 극의 후반까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영화도 엄마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존재가 엄마가 앓고 있는 질병의 증상이라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엄마와 존재의 관계가 모두 엄마 스스로의 싸움이 됩니다. 주인공과 동생의 사투는 아이들이 엄마를 일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되죠. 그리고 결말이 더 고통스럽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모든 일들이 끝난 후에 흐르는, 등장인물들이 경찰차 사이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을 때 흐르는 미묘한 안도감은 엄마의 배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은 아동보호국 직원과 언쟁합니다. 주인공은 엄마가 적절한 보호자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자신이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동생을 보살필 능력이 된다고요. 그러나 아동보호국 직원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동생의 보호자가 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법적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한 아이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주인공은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오해를 풉니다. 엄마와 주인공의 관계는 부드러워지죠. 괴물은 자신과 엄마를 떨어트리려는 주인공과 동생에게 더 위협적으로 굴고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기로 마음먹습니다. 괴물은 주인공과 동생을 죽이려 하고 엄마는 괴물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총으로 쏩니다. 아마도 이제 주인공이 동생의 보호자가 될 것입니다.





같은 감독의 다른 단편들 중 제가 좋아하는 하나를 달아놓겠습니다. 크게 무서운 장면이나 괴물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살짝 깜짝 놀랄 수는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fje6_ou5RY

주인공이 아주 망설임 없이 남편을 옷장 안에 넣습니다.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편이 두 명이 되면 뒷수습이 아주 어려워질 텐데요...


*커버 이미지는 나사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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