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공정하면 지적이 정보제공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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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당연히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한쪽 편만 들었다가는 큰 일 난다.
그런데 이 당연한 걸 말해줘야 아나?
말해줘야 안다.
사실, 일부 선생님들은 차별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선생님이 공정한 제3자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선생님의 지도에 반감을 갖지 않게 하는 레퍼토리를 '사전작업', '본작업'의 2단계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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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3월 2일, 어떤 원칙을 세우느냐에 따라 1년 학급 농사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마음을 울리도록 전달하면, 손쉽게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때 형성한 신뢰관계는 저항을 완화하여 아이들과 선생님 간 마찰을 최소화한다.
그렇다면 어떤 원칙을 어떻게 제시해야 하느냐.
선생님은 공평하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이것이 '사전작업'이다.
"선생님은 몇 가지 약속을 확실하게 할 수 있어요"
"먼저, 여러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실수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예요. 실수를 했을 때 반성하고 고치기만 하면 매우 훌륭한 학생이에요. 선생님은 여러분이 실수했을 때 친절하게 알려주겠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실수하는 것, 혼나는 것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어떤 것이 잘못된 행동인지 배우는 데 교육의 초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은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단계에 따라 주로 1단계(처벌에 민감), 2단계(내 이득에 민감), 3단계(착하다는 평판에 민감)이므로, 벌과 칭찬의 경험에 민감하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실수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약속은 강력하게 다가온다. 눈빛이 호감으로 물든다.
이 1단계 약속으로 아이들의 호감을 사면서 '잘못 지적에 대한 반감'을 일부 완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로, 차별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은 각기 다른 실수를 하는 여러분들을 똑같이 존중합니다. 차별받은 경험이 있나요? 그때 느낌이 어땠나요?"
공개적으로 특정 선생님을 거론하지 말도록 하고, 느낌 위주로 물어보면 아이들의 성토대회가 열린다.
이들은 능력으로 차별당한 것을 아주 뼈아픈 경험으로 기억하나 보다. 매년, BEST 한 마디 1등은 "잘했어", WORST 한 마디 1등은 "못한다"인 것을 보면 능력에 대한 평가와 비교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것 같다.
이때 선생님의 차별금지 선언은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선생님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또한 2단계 약속은 선생님의 잘못 지적이 공평할 것임을 암시하여, '잘못 지적에 대한 반감'을 더욱 완화시킨다.
3월 2일 '사전작업'을 탄탄히 해두고, 아이들끼리 갈등상황이 있기를 기다린다.
1주일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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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창호랑 좌진이랑 싸워요!"
자, 이제 기다렸던 '본작업'을 해보자.
창호와 좌진이를 불러 차분하게 사건조사를 한다. 일의 순서대로 화살표를 그려가며 정리한 후, 잘못을 지적해 보자.
"선생님이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얘기할게. 같이 하기 싫다고 얘기한 좌진이의 어깨를 잡은 것은 창호가 좀 과했던 것 같아. 싫다고 하니까 속상한 것은 이해해. 하지만 싫다고 한 친구의 어깨를 잡으면 상대방은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느낄 수 있어. 말로 이유를 묻고, 납득이 안되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았을 거야. 이 부분은 창호가 사과를 하는 것이 좋겠다."
창호는 행동에 대한 이해까지 받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정말 공평하다고 느낀다. 그 이후의 말도 납득될만한 이야기다. '사전작업'과 시너지를 이뤄 창호의 저항 없는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창호의 쿨한 사과는 좌진이의 마음까지 누그러뜨려 비로소 싫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게 한다.
편들지 않는 선생님의 말은, "그렇다고 때리면 어떡해, 사과해!"와 달리 '지적'을 '교정 정보'로 듣게 한다.
사람은 잘못 지적에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다뤄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반발한다.
공정하다는 확신이 있으면, 지적은 공격이 아니라 정보가 된다.
이 원리는 교실 밖에서도 안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