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보님이 살아계실 때 열 남매가 모두 가정을 이루고 손자와 손녀를 안겨드릴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외손자와 외손녀를 보여드리게 되어 감사했다. 첫째 누나네는 딸 넷에 아들 둘, 여섯 남매다. 첫째 형네도 딸 넷에 아들 둘을 낳아 여섯 남매를 낳았다. 둘째 형네는 아들 넷, 딸 하나로 다섯 남매다. 둘째 누나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았다. 셋째 형은 딸 하나, 아들이 둘이다. 샛째 누나는 딸과 아들 남매다. 셋째 누나와 결혼한 매형은 셋째 형과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다. 사는 곳이 다른 면이었기에 쉽지 않은 인연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가끔 우리 집에 들렀다가 누나를 만나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좋아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딸 상희는 출가하여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아 삼 남매를 두었다. 다섯째 아들 국이는 딸과 아들 남매를 낳았다. 다섯째 딸 실은 무슨 까닭인지 아들 하나만을 낳고 끝이다. 주변에서 하나 더 낳으리고 권면을 해도 요지부동이다. 나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보건복지부 구호에 맞춰 남매를 낳았다.
우리 형제들 열 남매는 가정 단위로 매월 약간의 회비를 모은다. 회장은 연장자이고 총무룰 정한다. 회비를 입금하는 통장을 관리하는 심부름을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공식적인 전체 모임은 2월과 8월에 부부가 같이 모인다. 회비는 주로 이 모임에 쓰는 비용이다.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이기에 편리한 대전으로 정해진다. 큰 형네 집에서 모임을 갖고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헤어진다. 가족 행사가 없을 때는 직접 식당을 약속장소로 정하기도 한다. 8월에는 산이나 계곡으로 만남의 장소를 변경하기도 한다. 자가용을 이용하기 전에는 대전에서 시내버스로도 갈 수 있는 곳 동학사 골짜기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보문산 그늘도 하루 쉴 수 있는 곳이다.
기획 행사를 갖기도 했다. 둘째 형이 초등학교 교장으로 충청도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둘째 형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1박 2일을 함께 지내기로 했다. 8월 15일 광복절과 짝을 이뤄야 하는 약점을 안고 있다. 총무인 셋째 형이 연락하여 참석여부를 파악하기로 하다. 음식은 우선 각 가정은 그 가정 식구들의 것을 준비하기로 하다. 기본적인 음료수와 과일 등은 회비에서 지출하면 된다. 아무래도 위로 두 누나들은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아직 어린 조카들도 참석할 수가 없았다.
약속한 오후 기다리고 있는 둘째 형 앞에 큰 형과 형수가 먼저 도착했다. 셋째 형 내외가 뒤를 이었다. 셋째 누나가 매형과 같이 회사 차를 타고 달려왔다. 넷째 딸 <상희>가 왔고 다섯째 이들 <국> 이도 왔다. 막내 <실>이도 참석했고 나도 혼자서 참석을 했다. 학교 강당에 임시 숙소를 정하고 딸들과 며느리들은 주방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남자들은 둘째 형의 지도로 사물놀이를 배우는 시간을 갖기로 하다.
큰 형은 장을 들었고 셋째 형과 셋째 매부는 장구를 메고 남동생은 북을 두드리고 나는 꽹과리를 잡았다. 나는 다른 모임에서 꽹과리를 연습할 기회가 있어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초보 수준이기에 더 배워야 했다. 둘째 형은 3/4, 4/4 박자에 맞춰 도표를 그려 이해하기 쉽게 가르쳤다. 그냥 따라 허가먼 하면 되는데 손에 익숙해지려면 연습량이 많아야 함을 꺄달았다. 저녁 식사 후에는 여자들도 손에 맞는 악기를 잡고 함께 배우는 즐거움의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에는 온천 지역에 머문 기념으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기로 하다. 서로 등을 돌려대며 닦아주는 모습은 어린 시절 샛강에서 발가벗고 물장구를 치며 손으로 붕어나 게를 잡아 올리던 때를 헤아리게 한다, 여자들도 시누, 올케 하며 못다 한 얘기 꽃을 피우며 수다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