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에서 기다리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꺼내오다가 같은 라인 노 총각 Z군과 마주쳤다. 가끔 아내가 고구마를 삶아 주기도 하여 낯익은 얼굴이다. 정확한 나이도 모른다. 어렴풋이 60이 넘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잠시 멈칫하고 물어봤다. "이번 달 관리비는 얼마나 나왔습니까?" 고지서를 펼치니 우리 집과 같은 크기의 아파트일 텐데 갑절이나 부과된 것을 보게 되었다. 혼자 사는 게 벌써 2년 전쯤 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계속 이렇게 납부를 했다는 것인가? 명세서를 살펴보다가 그 이유를 찾았다. 난방비가 문제였다. 우리 집 관리비 전체와 맞먹는 금액이다.
"여보시오, 관리비가 우리 집에 비해 갑절이나 됩니다."
"그래서 내일 관리사무소에 가려고 합니다."
"가지 마시오. 벽에 있는 온도계를 조정하면 되겠습니다." 했다.
"그게 어디 있는데요?" 너무 답답한 말이다. 우리 집 층까지 도착하여 같이 내리자고 했다. 아내를 불렀다.
"여보, 'Z' 군 집에 가서 보일러 온도를 조정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와요." 했겠다.
"그건 안됩니다. 절대 안 돼요. 우리 집은 청소를 않고 살아서 들어갈 수가 없어요." 손사래를 치며 거부한다. 아주 강력하게.
"그럼 우리 집으로 들어와요." 들어온 그에게 온도 조절하는 방밥을 가르쳤다. 3월 중순 어느 날이다.
"위와 아래 버튼 중에서 위에 것은 그대로 두고 아래 버튼을 왼쪽으로 돌려 19도로 맞추면 됩니다."
이틀 후에 마당에서 만났다. "빔에 잘 때 추웠습니다."는 Z군 갑자기 온도를 너무 낮췄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족 중에서 아무도 그에게 여름과 겨울 철에 온도를 내리고 올리는 법을 말하지 않았다면 가족과 대화와 소통의 문제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체한 것은 아닌지. 한 가지 의문점은 있다. 필수 품인 휴대폰이 없다. 밖에 나가는 일이 있으면 집에 들어올 때까지는 도무지 연락을 취할 길이 없음이다. 신용카드도 없다. 현금을 사용하면 되겠으니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치아가 정상이 아니라서 틀니로 지탱하고 있어 딱딱한 음식은 조심하는 편이라고 한다.
외롭게 사는 이웃, 창문을 내리면 모든 길은 단절되고 어둠의 빛이 그늘이 되어 길게 드리운다. 생각날 때 닫혀진 커튼이 열리도록 하자. 겨울이 가까워지면 거실의 온도를 확인하라고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