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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이사 적응기. 02.

나의 일상 생활 버전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 아침 일어나서 생전 처음 나 혼자

쿠팡에서 옷걸이 50개를 로켓 배송시켰다.

지금껏 안하다가 개인정보유출 등 큰 사건이 생겨서

늘상 하던 사람들도 기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있는

이 시기에

이제야 끝물에 쿠팡에게 의존을 시작하는

이런 덜떨어진 사람이 있나 싶은데

서울이 아니고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나 몰에 가려면 힘든 상황이니 할 수 없이 그 세계에 입문한다.

운전을 하고 가야되니 가급적 피한다.

평일 대학 출근길 운전만으로도 능력 이상이다.

운전량 총량의 법칙도 존재한다. 나에게는.


어제는 아들 녀석과 함께 이불 배송을 시켰고

주소를 변경하여 먹거리 쓱배송까지 시켜두었으니 마음이 편하다.

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 마트가 하나있던데

그리 커보이지는 않지만

주말에 산책삼아 갔다 올까 하는 마음도 있다만

날이 추우면 패스할 예정이다.

이사하고 며칠은 비어있던 집이라 조금은 서늘하다.

내친김에 전기 난로도 하나 사본다.

세상에나 로켓 배송 맞다. 오늘 온단다.

새로운 신문물의 힘을 빌어서

서울 생활이 아닌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잊어보려 한다만

여유롭게 산책 겸 백화점을 돌아다니던

그 시간과 추억을 잊어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연식이 조금 된 아파트여서

윗풍이 있고

집안 말소리가 복도까지 금방 퍼져나가는 경향이 보인다.

블라인드는 했고

내돈 내산으로 중문 설치를 고려해봐야겠다.

고양이 설이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적어도 2년 그리고 1번 연장해서 4년은 살 수 있으니

그 정도 전세 살면서 하는 투자는 아깝지는 않다.

아니다. 아깝기는 하다.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것이니.

내 삶의 퀄리티를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저녁에 자기 전에 자리끼를 가져다 두었던

옛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이제 나도 그래야하나 싶어서 뚜껑달린 스텐레스 컵을 남편 것과 하나씩 준비해두었다.

유리컵은 떨어트리면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리고는 방과 화장실에 흡착제도 놓아두었다.

늙은이 냄새가 제일 두렵다.

이사와 상관없이 말이다.


이제 옷걸이가 배송되어 오면

그리고 여름옷 정리까지 마치고나면

대략적인 이사 후 정리가 마무리 될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중요한 것을 어디에다 잘 놓는다고 놓는다만

그것이 막상 중요한 순간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당황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몇번 그랬다만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기를 기대할 수 밖에.

능력을 넘어서려는 시도나

예전의 나의 능력을 기대하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드디어 안방에서 올해 마지막 슈퍼문을 아침 여덟시에 영접했다. 다행이다. 눈사람은 오후 산책길에 운이 좋으면 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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