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도 쉬운게 아니다.

오늘도 돌밥 돌밥 중.

by 태생적 오지라퍼

공식적인 강의 출근은 지난 주 금요일,

모임이 있어서 토요일은 서울행.

그리고는 쓰레기 버리기와 단지 앞 슈퍼 출동, 남편과의 30여분 산책 말고는 쭈욱 집콕이었다.

나의 평소 일상 스타일로 보면 아주 이례적이다.

그런데 집콕도 쉬운 것만은 아니더라.


오늘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놀라서

일어나자마자 물도 틀어보고 세탁기도 돌려서 안전을 확인했다.

세탁실이 넓은데 추워서 세탁기와 연결된 수도꼭지에 수건을 감싸 두었다.

이런 일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 이전에는 세탁실이 거의 실내 수준과 온도차가 심하지 않았다.

각 방의 난방 수준도 확인하고

아침을 먹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동차를 확인하러 갔다.

지하 2층에 주차해둘 걸 괜히

지하 1층 나가는 출구 근처에 놓았다고 후회하면서 말이다. 조금 빠른 출근을 위해서였다만.

바로 앞에서 찬바람이 들어오는 지하 1층과

외부 출입구가 없는 지하 2층에서 자동차가 느끼는 체감 기온은 차이가 어마무시 할 듯해서 말이다.

다행이 자동차는 시동도 잘 걸리고 배터리도 안전했다.

이왕 자동차를 점검하는 김에 5분 거리 막내동생이 소개해준 반찬가게에 들러보기로 한다.

근처에서 유명한 보리밥집 식당인데 반찬도 파는 곳이었다.

강의 나가는 대학교 근처 유명 식당에서 반찬을 몇 번 사왔었는데 비슷한 포맷이다.

지난번에 맛나게 먹은 황태무침과 시래기볶음 그리고 열무김치와 파김치를 끌리듯 사왔고

내 최야 불량식품이 오늘 대문사진의 저 과자들도 집어왔다.

주말부터 2박을 집을 비워야하니 남편 밑반찬용인 셈이다.

아들이 내려오면 같이 밥 먹을 식당 하나를 봐두었으니 그것도 기뻤고

밑반찬을 든든하게 쟁여놓았으니 그것도 기쁘고

자동차를 움직여 보아서 안전을 확인했으니 그것 또한 기뻤다.

세차도 해야 하는데 그것은 날씨가 이래서 내년으로 미루어야 할 듯하다.

찝찝할테지만 조금만 참아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자동차야.


고양이 설이는 요새 내 방 옷장 아래

아주 오래된 부드러운 내 가방 위에서 낮잠을 즐긴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래서 결국 제주도에 그 가방을 들고 갈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렇다고 캐리어를 끌고 가기에는 일정이 너무 짧은데 말이다.

할 수 없이 아들 녀석이 버려두고간 배낭을 집어서 짐을 싸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출장용 노트북 가방일지도 모른다.

두꺼운 외투를 가져갈 것도 아니고 뽐내려 매일 옷을 갈아입을 것도 아니니

배낭에 비상업무용 노트북 넣고(차에 넣고 다니려 한다. 봄 제주 여행때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에코백에 필수품 넣고 다닐 예정이다.

나에게 이것저것 선물과 위로를 많이 해주는 고마운 동행자에게는

멋진 뷰가 보이는 식당에서 맛난 점심 한끼를 대접하려 한다.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참 좋겠다.

물론 내 입맛에는 맞을 것이다만.


이제 다시 점심 차릴 시간이다.

정말 돌밥, 돌밥 하고 있고(돌아서면 밥차린다는 뜻)

삼식이와의 동행은 쉽지 않다.

그런데 밑반찬을 저리 많이 사왔는데 왜 나는

뜬금없이 김밥이 먹고 싶은 것이냐?

참으로 요상타. 저녁에는 김밥을 말고 있을게 분명하다.


작가의 이전글늘상 겨울은 추웠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