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게 무섭다.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은 매년 있었지만
올해 지금까지 안 추웠던 것이 그것이 신기하고도 다행한 일이었다만
그래도 어제 오늘 닥쳐온 강추위는 여전히 낯설고 무섭고 싫다.
이사온 집에 익숙하지 않으니
혹시 수도가 터질까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 배터리는 괜찮을까
난방은 제대로 돌아갈까 걱정이 많은 아침이다.
며칠 운전을 안해서 더더욱 차 걱정이 된다.
시동도 걸어보고 아파트 주위라도 한바퀴 돌아봐야겠는데 길이 얼지 않았을지 그것도 걱정이다.
다행이 수도 동파는 아니고 난방도 이상없는 듯하니
아침 먹고 자동차의 이상 여부만 확인해보면 되겠다.
밤 사이에 눈이 내렸는지 길이 얼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3층이었던 이전 집에서는
비가 오는지 길이 어떤지
출근길 별일은 없는지가 훤히 다 내다보였다만
18층이 되니 잘 안보이고
아래로 사람도 차도 많이 지나가지 않는다.
판단 불가이다. 일단 눈이 쌓여있지는 않다.
어제 휴일이었다가 오늘 하루 출근해야하는 분들은 정말 출근하기 싫은 날이 되겠다.
건강검진 받으러 나서는 아들 녀석도 공복이니 더욱 추위가 느껴질 것이다.
어제 옛날 나의 책을 읽다보니
교사에게 지금은 사라진 업무 하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업무가 줄어드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다.
늘어나기만 한다.
그것은 바로 겨울철 난로관리 업무이다.
난로가 꺼지는 것은 순전히 학급 담임의 불찰이었다.
난로를 피우는 것은 등교 전 학교 기사님들이 해주셨는데
연료용 장작을 적정량 비치하고 꺼지지 않게 난로를
잘 살피는 일은 오롯이 담임 교사 몫이었다.
너무 장작을 많이 집어넣어서 온도를 팍 올려놓으면
난로 옆에 올려둔 도시락 속의 밥이 눌어서 바닥에 타게 되고(김치는 저절로 볶음김치가 된다.)
오후가 되면 불이 꺼져서 추워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또 너무 장작을 아끼면 수업이 끝나고서 난로를 억지로 꺼야하고
그러면 불완전 연소로 인한 연기와 냄새가 엄청 나고 청소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엄청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담임의 난로 관리 역량에 따라
그 학급의 그날 하루의 난방 및 생활의 질이 결정되는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엄청 힘든 업무였다고 기억이 되는데
언제부터 사라진 것인지 그 시기는 특정할 수 없다.
지금도 교실의 냉난방관리는 담임교사의 몫이고
덥다는 녀석들과 춥다는 녀석들로 항상 나뉘게 되고
(꼭 편가르기가 된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키고 춥다면서 담요을 두르고
겨울에는 히터를 키고 덥다면서 반팔로 다니거나
그 반팔 위에 또 담요를 두른다.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 교육의 실천이 쉽지 않은것이 학교 현실이다.
다행히 내가 제주 여행에 나서는 일요일부터는 기온이 회복될 것 같다는 예보인데
제주 날씨는 기온도 중요하지만 풍향과 풍속이
더 중요한 것이라 마주해봐야 알 수 있겠다.
날씨요정이 될지 안될지는.
할 수 없다.
추우면 실내를 중심으로 다니는 것이고
안추우면 실외의 비중을 늘리면 되는 것이고
날씨야 내 맘대로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니
복종하고 순응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몹시 부정적이고 남편은 매사 긍정적인줄 알았는데 그 반대이다.
나는 오래된 아파트의 방음이나 윗풍 등에 그러려니 하는데
(이야기한다고 달라질게 없으면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남편은 그것에 민감하고 기대수준이 높더라.
어렸을 때 잘 살아서 그런 것일까?
참으로 요상타.
강추위가 몰려온 날 창틀이 흔들리는 것, 복도에서 바람 소리가 나는 것을 가지고
아파트 건축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이야기해봐야 해결 방법이 없는데 말이다.
아픈 사람이고 잠을 잘 못자서 그러려니 하는데
이 집을 얻는데 돈 한 푼 안보탠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 조금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
어쩌겠나. 그것은 하자보수가 아닌데.
그래서 내가 출입구에 중문 설치를 주문한 것 아니겠냐.
괜히 내 돈을 들이는게 아니다.
그러고보니 교사보다 더 멋진 환경에서 근무하면서도(춥지도 덥지도 않던 대기업이다.)
무슨 불평이 그리 많았는지(난로 관리했으면 매번 꺼트렸을 것이다. 똥손에 센스가 바닥이다.)
매번 회사가는 것을 싫어할때 불평을 늘어놓을 때
알아봤어야는데 내 눈을 내가 찌른다.
여하튼 나는 추운게 제일 싫다.
자동차가 무사하기를 빌어본다.
오늘도 집콕 예정인데 삼시 세끼를 무얼 해드려야 기대수준 높은 분을 만족시키려나 걱정이다.
본인은 엄청 쿨하고 아무거나 잘 먹고 세상 불평없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게 제일 큰 문제이다.
추위도 무서운데 마음이 추운 사람이 더 무섭다.
원래 그랬던 것이냐 힘든 세월이 그렇게 만든 것이냐? 둘다라고 본다.
(얼마전 산책했던 집 뒤 저 저수지 물은 다 꽁꽁 얼었겠다.
그곳의 새들은 어디서 추위를 피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주 옛날 옛적에 논위에 얼린 얼음위로 스케이트와 썰매 탔던 기억이 어슴프레하다.
저 저수지 사진을 봐서 그런가보다.
그때도 무지 추웠고 콧물에 발가락이 꽁꽁 얼어붙는 느낌이었더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