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와 여행 캐리어 준비
남편이 무지 무지 중요하다는 송년회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서고
(조치원역까지 차로 라이딩해서 모셔다 드렸다.)
나혼자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 방과 화장실 대청소에 돌입한다.
남편이 집에 있을때는 청소하기가 쉽지 않다.
본인이 깨끗이 써서 청소할게 없다는 논지이다만 그럴 리가 있나.
먼지나 화장실 흔적은 눈에 안보이고
냄새는 자신의 냄새라 맡지 못하는 것 뿐이다.
이때다 싶어서 수동 청소기를 꼼꼼이 돌리고
(로봇 청소기는 자꾸 침대 밑바닥을 헤집고 가서는 결국 모퉁이에 있는 전선을 물고 빙빙돌고 있다.)
화장실과 욕조 청소를 대대적으로 시행한다.
나 혼자 제주 여행 가는 것에 대한 소량의 미안함의 표시로 말이다.
어차피 고양이 설이 때문에 누군가는 집에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남편은 딱히 여행을 좋아라하지 않으며
단돈 5,000원도 매우 아끼는 스타일이다.
큰돈을 날려먹어서 그렇지.
대청소와 반찬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내일 여행 준비를 한다.
노트북 가방 메고 에코백 하나 들고 가렸다가
마음을 바꿔서 작은 캐리어에 옷을 넉넉하게 넣는다.
겨울이니 혹시 싶은 마음에서이다.
물론 차량 렌트를 할 것이니 일단 비행기까지만 잘 들고 가면 되는데
허리 상태가 별로라서 메는 가방보다는 미는 캐리어가 더 나을 듯 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짐을 부치지는 않을 예정이다.
캐리어까지 꺼내놓고 보니 이제 어디가는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 사람은 그 상황에 맞는 옷과 가방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아직도 결정 못한 것은 외투이다.
추위대비 가장 든든한 것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제주 날씨(예보상 5~10℃ 정도)를 감안한 가벼운 것으로 갈 것이냐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무거우면 벗고 다니면 되니 그쪽으로 결정할 확률이 더 높다만
그것은 내일의 나에게 결정하라 미루어둔다.
그리고는 무슨 순례자의 일정처럼 또 나의 옛 책 한권을 꺼내들었다.
2002년에 발간한 책이다.
그때 당시는 엄청 세련된 편집이라 나름 자부했었다.
2000년에 접어들었고 40대가 되었고
육아에서 조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인지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싶어하는 고질병의 흔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마침 여행에 고팠던 내 마음을 대변한 글을 골라서 일부를 옮겨본다.
[여행이란 먼 곳일수록,
사람들이 모르는 곳일수록,
낯선 곳일수록
매력적이라는 말은 혹은 타당하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행. 오래전부터 계획해야하고 많은 돈이 필요한 일만은 아니더군요.
아무런 준비도 기대도 없이 떠난 여행에서도
우리 땅 어느 곳이든 나를 기꺼이 맞아주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같이 떠나고픈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여행이라면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일정한 기간마다 한번씩은 물을 보아야만 하는 병에 걸려있습니다.
오래되었습니다.
원하는 것은 바다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타협을 할 밖에요.
출퇴근길을 조금 돌아서 한강변으로 간다든가
조금 더 나가 행주대교 밑의 한강을 또는 고수부지 옆의 한강을 보고 온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바다를 보러가려면 아직은 시간과 용기가
더 필요합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과
언제가는 꼭 한번은 다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가능하다면 후자를 많이 만들며 살고 싶습니다.]
나에게 제주는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물론 2월에 학회 참석을 빙자하여 방문할 예정인 부산도 역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