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 과정 중 가장 큰 일
전해 내려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곰탕이나 소고기국을 큰 냄비에 끓이면
남편들이 긴장한다는 말이 있다.
아내가 오래 집을 비우기 전 하는 행동이니 말이다.
오늘 내가 딱 그런 오전을 보냈다.
내일 일찍 제주로 떠나야하니
나의 여행 기간동안 남편의 식사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여행 준비 과정 중 제일 중요하고 큰 일이다.
남편은 오늘 오후 서울에서 중요한 친구들과의 송년회가 있어서(중요하지 않은 모임이 없다.)
오늘밤은 서울에서 자고 내일 일찍 내려온다하니 오늘은 점심까지만 서비스하면 되겠다.
고양이 설이를 온전히 남편에게만 부탁하고 가는 일은 처음이라 걱정이 된다만
4년제 유명대학 경영학과 출신임을 믿어본다.
보통 때는 출신대학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했다만.
츄르 짜서 그릇에 놓아주기와 물주기, 건조 사료 주기 정도이니 해낼 것이라 믿어본다.
중요한 고양이 설이를 봐주는 댓가로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두었다.
[국류 : 콩나물국과 감자국
찌개류 : 고등어김치찜, 홍합콩나물찜
밑반찬류 : 파래무침, 명란젓찜(난 빨간 명란이 좋은데 자꾸 백명란이 배달된다.), 콩나물무침, 기타 어제 식당에서 사온 밑반찬들
김치류 : 배추김치, 파김치, 꼬들배기, 열무김치
기타류 : 야채 카레, 낫또
과일류 : 사과, 토마토, 귤, 딸기
야채류 : 로메인, 오이, 당근, 고구마, 양배추]
이만하면 알아서 일요일 점심, 저녁, 월요일 세 끼 그리고 화요일은 회사에 다녀온다했으니 한 끼 내외
총 6끼는 찾아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무엇을 생각하던지 그 이상의 결과를 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다.
걱정이 조금 되기는 한다.
그래도 2박 3일 제주 정도의 여행을 못가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드디어 비행기 티켓
온라인 체크인하라는 톡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오랜만에 비행기 타고 어디 가는 것이 실감난다.
제발 그 기간 동안에 무언가 다급히 나를 찾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그럴까봐 노트북을 챙겨가기는 한다만)
남편도 고양이도 많이 아픈 동생도 무탈하기를(돌아오는 날 동생에게 잠시 들러볼까한다.)
남편이 마일리지로 배달시켰다는 총각김치 5Kg은 화요일 이후에 배송되기를
(요새 배송 물량 연말이라 많아서 일찍 오지는 않을 듯 하다만. 대문 앞에서 푹 익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람 잔잔한 제주 날씨가 이어지기를
눈덮인 한라산은 눈으로만 보고
새빨간 동백은 사진으로도 남기고
당분간 바다 생각은 일절 나지도 않게 실컷 보고
마음 평온한 한 해의 마무리가 되기를 기도하는 중인데
로봇 청소기가 엄청 시끄럽게 청소를 오래도 하고 있다.
불고기 뎁혀서 점심 차려야겠다.
고기를 안 먹는 남편이 유일하게 불고기만 조금 먹는다.
(계절별 먹거리로 만든 달력을 냉장고 옆에 붙여두었다.
적어도 저기 있는 먹거리는 그 달에 한번쯤은
다 먹어보려고 노력중이다.
저속노화는 아니더라도(믿지는 않았었다.)
정상수준 노화에는 먹거리가 한 몫 할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방어랑 과메기는 제주에서 못 먹으면
집에서는 영 가망성이 없다.
비린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한라봉도 제주에서 분명 먹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