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 episode 1.

비행기 타는 것까지가 반나절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대학때 같이 놀던 친구들과 여행계획을 짤 때마다

친구들은 물었었다.

고속터미널도 멀고

시외버스터미널도 멀고

도대체 너는 어디가 가까운 곳이냐고

당시 내발산동(현재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이나 마곡역 중간 어디쯤이다.)에 살았으니 그렇기도 했다만

그때 나의 자신있는 대답은 김포공항이었었다.

그랬던 내가 그 김포공항을 가려고 이리 일찍 집을 나선다.


집에서 조치원역까지는 걸어서 25분쯤.

그런데 아직 깜깜한 이 시간에 걸을수는 없다.

추운것은 오늘 조금 덜한듯 하다.

가장 두꺼운 검은 롱패딩을 과감히 버리고

그것보다는 훨씬 얇은 아이보리 패딩을 입고 집을 나선다.

내가 어디 간다는걸 눈치챈 고양이 설이는 볼이 불룩 튀어나와있다.

미안. 며칠동안 꼼짝않고 너와 함께 했잖니.

몇번 타본 1000번 버스 일정을 찾아보고

넉넉하게 나왔는데

801번 버스가 마침 오고

조치원역에 간단다.

길에서 시간버리는것을 극혐하는 나는 냉큼 올라탄다.

이 버스는 조치원역 앞쪽에 나를 내려줬고

올라가보니 6시 39분 열차도 탑승이 가능하다.

재빨리 표를 바꾼다.

원래 첫 예약이었던 기차인데

혹시 싶어서 6시 59분것으로 변경해두었다만

굳이 20분을 기차역에서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겠나.

똑같은 무궁화호다.

왜 이른 시간에는 무궁화만 있는거냐?

그것이 불편하다만

기차 안 승객은 별로 없다.

수지타산이 안맞아서 그런가보다라고 급 이해를 한다.


비행기도 출발이 20여분 늦춰졌던데

영등포역에 내려서 목동 아픈 동생을 보고

김포공항을 갈것인가

아니면 일찍 가서 장갑이나 살까를 고민중이다만

영등포역 내릴때쯤 결정하겠다.

늘 가까운 곳이었던 김포공항이

이제는 제주도까지의 비행시간보다도 훨씬 더 걸리는 장소가 되었다니.

집에서 청주공항 가는걸 다음에는 꼭 알아봐야겠다.

제주야 기다려라.

내가 가는데 도착까지는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저 캐리어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전 후쿠오카 여행을 대비해서 장만한것인데 결국 그 후쿠오카는 못갔다.

아쉽기만 하다만 운명이라는게 있는 법이다.

그 뒤로 제주에만 동행 중이다.

색이 특이해 눈에 잘 띤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