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40
맛난 음식을 기다리듯이 최강야구를 기다린다.
연휴를 맞으면서 야무진 음식 계획을 세웠었다.
아침은 핫케잌, 계란빵, 시리얼과 우유, 닭가슴살 넣은 샌드위치와 과일 간 것 등이라고 적었었다.(궁금하시다면 38편을 참고하시라.)
시리얼과 우유 빼고 다른 것은 모두 계획대로 였으나
시리얼과 우유는 베이컨 구이와 써니사이드업 스타일의 계란 후라이로 대체되었다.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파지는 나의 소화기관을 고려한 것이었다.
점심 계획은 주로 아들 녀석의 일정에 따라 점심과 저녁으로 나누어져 먹었다.
제주도 고사리와 간장 양념 대패삼겹살을 함께 구운 것(기름기가 많다고 다시 식단을 시작한 아들 녀석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소고기와 각종 야채 구운 것으로 만든 일본식 카레(카레를 조금 덜 넣었더니 조금 싱겁고 밍밍한 것 같았으나 나는 좋았다. 간이 심심한 것을 좋아한다.)
애호박과 당근, 양파 채 썰어 볶고 쌈채소 잘라 넣은 비빔국수(이것은 오늘 저녁 예정이다. 같이 먹을 고기도 준비했다.)
바싹하게 구운 부추전과(부추전과 함께 조금 남은 신김치와 파를 길게 잘라 넣어 김치파전도 함께 했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은 돌미역쌈(제주산이라 그런지 맛났다. 남은 것으로는 소고기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그 사이에 냉장고에 있던 볼락 한 마리도 구워 먹고, 애매하게 남은 찬 밥으로 유부초밥도 싸서 먹고
오이 김치도 한소큼 담고, 신 깍두기 볶음밥도 해 먹고
사과, 바나나, 딸기도 먹고, 두어 종류의 과자까지 흡입하였더니 살짝 벌크업이 된 것도 같다.
연휴의 후유증 중 한가지는 살이 찐다는 것이다. 맛나게 먹었으니 감수해야 한다.
잘 먹고 간간이 산책도 하고 꽃 사진도 찍고 낮잠도 자고 푹 쉬었으니 되었다.
이제 다시 일상을 준비해야 할 때이고 비워두었던 냉장고를 채워야 할 때이다.
자 이제 드가자.
휴일은 참으로 소중하지만 일상이 더 중요하다.
일상이 있어야 휴일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아닐까?
매일 매일이 휴일이면 그다지 소중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드디어 내 사랑 최강야구가 방송된다.
지난번 회차를 여러번 돌려보고 미공개와 관련 유튜브를 훑어보고 백상 예술대상 기원 투표도 매일 매일 참여했지만
기다리는 1주일이 너무도 길었다.
연인과의 데이트를 기다리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는 니퍼트라는 투수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그 나이에 그 빠르기의 공을 던지다니!
지금 막 새롭게 뜬 선공개를 봤더니(정근우 선수의 호수비가 있었다.) 더더욱 보고 싶어졌다.
맛난 애피타이저를 먹으면 본 음식이 더 먹고 싶어지는, 잎에 침이 가득 고이는 그 심정과도 같다.
나에게 최강아구는 미슐랭 맛집이다.
구성원 모두가 고유한 맛과 멋을 내는 그런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