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혼자 오롯이 감당해야하는 시간
하루하루는 의미없이 지나가는데 3주일이라는 시간은 훅 다가온다.
3주일. 남편의 항암 주사 주기이다.
3주에 한번씩 항암 주사를 맞고 지낸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보다는 몸이 많이 익숙해졌는지 어지러움이나 구토 증세는 심하지 않으나
손발저림이나 차가움(원래도 손발이 차갑기는 했었다.) 그리고 감각의 무딤 정도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한다.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내일이 항암주사를 맞는 날이다.
아침 일찍 공복으로 병원에 가서 혈액을 뽑고 그 결과를 보고 주치의를 만나고 이상이 없으면
오후부터 항암주사를 맞고 오는 일정이다.
이번에는 CT 촬영을 했고 그 결과까지 포함되어 설명을 듣게 되니 다른때보다는 조금 더 긴장되기도 할 것이다만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니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방금 전 기차로 서울로 올라가서(내일 일찍 기차는 표가 없다. 그리고 병원 도착도 늦다.)
근처에 있는 친구의 비어있는 오피스텔에서 자고
(나는 얼굴도 못 본 친구지만 감사하다.)
내일 주사를 맞고 다음날은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까지 뵙고 내려오겠다 한다.
너무 강행군이 아니냐고 매번 물어보지만 운동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녁으로 먹으라고 김밥을 싸고 귤, 떡과 견과류를 가방에 챙겨서 조치원역에 내려주고 돌아왔다.
나도 화요일 중요한 연구 보고회가 있어서
내일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니 동행이 힘들다.
같이 가야 딱히 해줄 일도 없고 옆에서 기다리기만 해야한다고 남편은 질색을 한다.
그리고 내일 친정아버지 기일이라서인지 몰라도
무엇보다도 내 몸과 마음의 컨디션도 며칠전부터
그닥 좋은 편은 아니다.
오늘 중간 중간에는 업그레이드 된 AI 툴을 한번씩 사용해보았고
(그래도 강의에 사용하려면 무료 툴이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유료를 사용하라고 안내할 수는 없다.)
제주 사진을 바탕으로 한 그림도 본격적으로 그려보았고
(어제는 손풀기 정도였다면 오늘은 옛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요즈음 가장 시청률 높은 드라마인 <모범택시>도 한편 보았고
(여전히 나는 무서운 내용의 콘텐츠는 잘 안보게 된다. 통쾌함보다는 무서움이 더 크다.)
여자 프로야구 선수들의 드래프트 도전기를 챙겨볼까 생각했고
열심히 보던 <불꽃야구> 콘텐츠가 보고파서 더더욱 마음이 싱숭생숭해져간다.
남편이 없는 동안 그 방과 화장실 청소가 미션인데
일단 변기에 향기 좋은 세제만 가득 부어 솔로 문지르고는 나왔다.
내일 일하다가 쉬는 시간에 몸쓰기로 하면 되겠지하고 미룬다.
이런 저조한 컨디션과 기분일때는 마냥 웃기는 콘덴츠가 제격인데
아주 오래전 <무한도전> 처럼 그렇게 마냥 웃으면서 보게되는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냥 마구 머리를 써야하고 감탄해야하는 멋진 영재들이 나오는 <대학전쟁>이나 틀어봐야겠다.
유튜브에서 듣기만해도 설렌다는 노래를 틀어두었는데 설레기는 커녕 점점 더 몸이 가라앉는 듯하다.
남편이 없으니 라면이나 먹어볼까나?
반개가 남아있다.
(이 글을 쓰고
라면물을 올리고는
<대학전쟁> 이 아니라 <김성근의 겨울방학> 을 찾아틀었다. 왜냐고?
나는 김성근감독님에게서 친정아버지를 찾아보곤 한다. 말투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