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교 응원하기

인서울이 아니어서 가능한 일도 있었으면 좋겠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정년퇴직전까지는 막연하게 퇴직후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있음 참 좋겠다 생각만 있었다.

철저하게 미리 준비한 것은 절대 아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 더더욱 좋겠지만

그곳에는 막 학위를 마치고 불타는 연구욕구와

강의력 만렙인 젊은 교수 후보자들의 경연장이니

그곳에 뛰어든다는 생각은 해볼 수도 없었고 해보지도 않았었다.

서울권 대학의 교수학습센터 이런 곳도 생각해봤지만(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인데)

그곳은 또 박사학위 중이거나 석사를 따고

박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일정기간 머뭄 장소가 되어버려서 그곳도 쉽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내가 도전하는 곳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대학교들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기회를 준다면 댕큐라는 심정이었으나

사실 지방대학교를 가본적은 별로 없었다.

지방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가했다 해도 대부분

그 지역에서 제일 큰 국립대학교 수준이었고

단지 몇시간의 방문이 다였다.

그런데 작년 여름 이후 지방대학교로 일주일에 3번 이상 출근하였고

지금은 지방대학교 두 곳이 있는 지역에 살고 있으니

사람 인생 참 모르는 거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살펴본 지방대학교 3곳의 공통점이 있다.

데이터 숫자가 작아서 일반화 시킬 수는 없겠다만.

일단 학교 주변에는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원룸들이 대부분이다.

학교마다 기숙사는 물론 있지만 모든 학생을 다 수용할 여력은 안되고

집에서 등하교를 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셔틀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차 운전도 꽤 된다.)

학교 근처이면서 싼 주거지를 찾기 마련이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쉐어하는 경우도 많아보였다.

일장일단이 있다.

아침에 같이 못 일어나서 수업에 둘 다 늦는 경우도 있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과 도움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주거지들이 대부분이니 방학 중에는 근처가 썰렁하다.

방학 중에는 대학 기숙사도 문을 닫는다.

그들이 주로 다녔던 식당이나 카페 그리고 편의점조차도 문을 열은 것인지 아닌지가 구분이 힘들 정도이다.

이상하게 모두 안이 안보이게 썬팅처리를 해놓았다.

요새는 오픈키친이 대세인데.

지방대학 주변 상권은

3,4,5,6월과 9,10,11,12월만 보고 장사하고

나머지 기간은 쉰다고 봐야할 듯하다.

운동선수들이 비시즌 기간에는 시합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까나?

늘상 팬들로 붐볐던 야구장 근처도 지금은 조용할 것이고

웬만한 골프장도 겨울에는 휴장하기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지방대학교 주변의 일상이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겠다만.


서울의 대학 주변은 1년 내내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대학 주변이 곧 만남의 장소이고 맛집 천국이고

무엇보다도 지하철역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교 내부는 공원보다도 더 조용하다만.

대학가 주변의 식당과 카페에는 사람이 넘쳐나서 방학임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지냈었다.

(근처에 살았던 경험에 의하면.)

이런 문화적 환경적 차이가 지방대학교 진학을

더 기피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방대학 교수님들은 학생을 찾아다니고

(등록 권유 릴스가 떠서 보았다만)

추가입학 전화를 직접 돌리며 입학을 호소한다는 기사도 봤다만(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지방대학교 근처 주거 및 문화 환경이 조금 더 안정적이고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고작 이곳에서 거주한지 한달밖에 안되었지만 말이다.

서울과 지방과의 차이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격차가 조금씩은 줄어들어가는 것이 좋은 시스템 아니겠나.

아무리 중앙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지방으로 거주지 자체를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교육도 그렇고 특히 문화 환경에 있어서도 지방대학교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지내보니 알게 된 사실이다.

지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산책하다보면 공기는 훨씬 맑고

주변은 조용하며 마음은 평안하다.

지방대학교를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지는

나도 얼마되지 않았다.

인서울이 아니어서 오히려 좋은 일이 몇가지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 저녁 산책때 보니

집 앞 닭갈비 식당은 문을 열었던데

(냄새가 그럴싸했다)

닭볶음탕 재료를 주문해서 이번주 방문은 힘들겠다.

일주일에 두번 닭요리는 받아들이기가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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