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글
2020년은 공들이고 힘들었고 즐거웠던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근무를 마치고
(더 있고 싶었지만 후배들의 기회를 막고 싶지는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원으로 파견 근무를 나갔던 해이고
아직 근무가 익숙해지지도 않았는데 코로나 19가 터졌고
(교무부장이었을 때 코로나 19를 만났다면 더 정신이 없었을터였으니 다행이었을까?)
영재교육원 특성상 주말에 학생들을 모아서 활동을 하는 것 자체도 시작을 못하고 미루어지고 있던
그 3월 혼돈의 시기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물론 오랜 투병 끝이었지만 엄마의 부재는
코로나 19가 주는 불안감보다도 훨씬 더 컸다.
그리고는 2022년 두 해의 영재교육원 파견 근무를 마치고
명예퇴직을 고민했었으나 여러가지 사유로 접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마음 복잡하던 그 해
1월 5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물론 오랜 투병 끝이었지만 요양병원에서
24시간 간병인 여사님만 지켜보는 안타까운 임종이셨다.
코로나 19로 면회가 제한되던 그 시절.
딸들이 아버지를 버렸다고 생각하시고 눈을 감으셨을지 모른다는 그 사실이
아직까지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죄송스럽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떠나시고 두 달도 되지 않아
파킨슨씨병으로 아팠던 동생이 코로나 19에 걸리고 급성 폐렴이 되면서 중환자가 되어 지금까지 누워있다.
예상했던 부모님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동생의 병환이 더더욱 가슴을 아프게 만들어서
퇴근길에서나 어디에서든 불쑥불쑥 눈물이 차올랐었다.
그때 이후로 슬픈 노래를 듣지 않으려 슬픈 이야기나 드라마를 보지 않으려 애썼던 것 같다.
아버지 기일인 오늘 아침.
내 박사논문 중 감사의 글을 읽어본다.
석사논문과 다른 점 중 하나인데 요새도 감사의 글을 쓰는지는 모르겠다.
논문에 치여서 감성적인 글은 못쓴지 오래여서인지
감사의 글도 엄청 드라이하고
감사한 분들을 쭉 나열한 글이지만
이때 학위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퇴직후
대학 강의를 하려는 생각조차 못했을 터이니
그때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한 것이 맞다.
제일 큰 도움을 주신 분은 물론 부모님이셨다.
늦은 공부를 위해 학비도 대 주셨고(물론 장학금도 받았다만)
츤데레 스타일의 격려도 해주셨다.
칭찬이 많지 않으신 두 분이셨지만
박사 졸업식을 하고나서 점심을 먹으러 갔을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게 기억난다.
홍대앞 꽤 유명한 한정식집이었다.
그때 그 식사를 함께 했던 부산에서 올라오신 고모(동문 출신이셨다.), 외삼촌
그리고 부모님이 이젠 모두 이곳에 안계신다. 그곳에서라도 평안하시길.
[감사의 글
이 글을 쓰는 순간 스쳐지나가는 얼굴이 너무 많습니다. 여러 번 바뀐 논문의 주제와 검사의 어려움, 많은 양의 자료 분석에 경련이 끊이지 않던 어깨와 손, 그리고 서툰 영어 실력으로 영문 학회지를 준비하는 일. 혼자서 해나가기에는 너무도 벅차 일들이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아 주시면서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였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일일이 감사함을 전하려면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만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항상 감사하면서 기쁘게 살겠습니다.
(중략. 개인 이름들이 와르르 등장하므로. 방송대상 수상 소감이랑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공부하면서 많이 아팠던 늙은 딸 걱정에 여념없으셨던 부모님. 정말 감사드리고 졸업을 보여드리게 되어 한없이 행복합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들과 응원해준 많은 동료 교사들 이제는 저보다 훨씬 훌륭한 몫을 하고 있는 제자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중학생이 되는 아들과 함께 다시 시작한 저의 공부가 고3을 바라보는 아들과 함께 일단락 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어렵고 힘들게 공부한 만큼 계속 애쓰고 노력하는 교사로, 엄마로, 동료로 살겠습니다.]
2005년 여름의 글이니
그 이후 20년을 박사로 살았다만
평소에는 박사님이라는 호칭을 듣는 일도 많지 않았다.
작년 모대학 교수임용 면접에서 김박사님이라는 호칭을 듣고서 엄청 낯설고 순간 설레였지만 탈락했다.
박사란 자신의 연구를 혼자 독립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자격증같은 거라는 말에 동감한다만
AI 시대의 최신 연구 방법 변화에는 아직 무지하다.
내일은 연구대표자로서의 연구보고회가 있고
오늘은 그 내용을 최종 점검하는 것이 미션이다.
막 학위를 땄을때의 마음으로 준비해보려고
오늘 이 글을 찾아 읽었나 싶다.
(어제 저녁 라면 반개와 푹삭은 김치는 맛있었고
김성근의 겨울방학을 보면서 조금 웃고 눈물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