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모드 장착
탑승시간을 딱 맞추는 스타일이 아니다.
남편은 딱 맞춰서 기차역에 간다.
걸음 속도도 빠르지 않은 상태인데.
나는 줄동 준비를 마치고는 집에 더 있지를 못하는 스타일이다.
오늘도 9시 30분 출발 기차였으나
집에서는 8시 38분에 나왔다.
더 이른 출발표로 바꾸는 재미가 쏠쏠함을 이미 몇번 경험했다.
요 며칠 꼼짝하지않았던 내가 차려입고 나가니
고양이 설이가 중문까지 달려와서
심통내는 표정과 뚱한 눈으로 쳐다 보고 있다.
귀가가 늦을걸 아는 눈치이다.
30여초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는
택시를 타고 조치원역에 도착한다.
나의 오늘 화이팅을 외쳐 주는 듯
큰 보름달이 나를 반겨주고
내가 타려던 열차의 지연 메시지가 들어온다.
괜찮다. 삼십분 일찍 출발 기차로 바꿨다.
오늘 처음 창가 좌석이라 자연스럽게 밖을 내다보는데
낮게 뜬 보름달이 내 좌석 창 바로 앞이다.
기차와 등속도 운동을 하면서 앞서간다.
9시 15분까지는 창밖의 달과 놀았고
한때 좋아하던 노래 <달의 몰락>이 생각났다.
몰락은 한 순간에 꼴까닥 넘어가나
달은 그렇지는 않다.
월몰이라는 단어는 사용을 안하는 듯 하고
달이 진다가 가장 보편적인 표현이다만
휴대폰을 보다 눈을 들어보니 일순간 사라지긴 했다.
특유의 겨울 풍경도 오랫만에 길게 구경하였다.
온전한 기차여행객 모드로
일본 연수때 타본 신간센 탑승 느낌처럼 말이다.
가끔 울려대는 핸드폰과 통화소음만 없다면 완벽하다.
이제 수원역을 지나고 있는데 졸음이 살짝 시작된다.
여행객 모드가 아닌가보다.
외국 여행때 가급적 기차를 한번씩 타볼까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장거리 버스 탑승시 멀미 때문이 주 원인이나
기차여행이 주는 특유의 낭만의 기억이 있어서이다.
대만,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한번씩 타봤는데
그 중 최고는 단연코 신간센이었다.
깔끔하고 조용하고 소음작고
물론 거기서 먹은 도시락이 맛나서였을수도 있다.
이제 나의 주 이동 수단은 기차이다.
더 이상 여행객 모드가 되기는 쉽지않겠지만
하루 나들이도 모두 넓은 의미에서의 여행 아니겠나.
인생 전체가 소풍인것처럼 말이다.
불편하다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여행객이 아니다.
신기하다고 한번 해볼만하다는 마인드가
여행객 모드이다.
한시간 반 걸리는 운전보다
한시간 반 동안의 기차여행이 훨씬 나은거 아니겠나.
(방금 내 생애 유일하게 분양받은 아파트였던 독산한신아파트를 지나갔다. 참으로 오래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