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을 안해도 되었던 그 시절이 몹시 그립기만 하다.
어제 연구보고회에 가려고 옷을 입고 머리를 빗는데
머리 가르마 부분에 흰머리가 야생화 꽃피듯이
마구 올라온 것을 보았다.
그 사이에 외출도 거의 안했었고
제주에서는 모자를 쓰고 다녔어서
눈에 그렇게 뜨이지는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염색한지 한 달 반쯤 되었던거다.
그러니 흰머리가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날 시기도 되긴 되었었다만.
어찌할까하다가 그래도 어제 모임 참석자 중
가장 나이가 많고 편한 후배에게
흑채 같은거 있으면 가져다 달라고 톡을 보내두었었다.
그런데 새 것을 사가지고 온거다.
자기 쓰던 거 한번 쓱쓱 바르려고 했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머리도 피부랑 같은데 다른 사람이 쓰면 기분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통칭 흑채라고 불리우는
흰머리 커버용 물건이 내 손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후배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에서야 본격적으로 흰머리 올라온 부분에 두드려본다.
갈색 종류라서 그렇게 티가 확 나고
한 눈에 흰머리가 몽땅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만
효과가 있는 듯 하다.
신기해서 친한 후배들 단톡에 사진을 보내보니
각자 흰머리나 새치 염색, 탈모 등에 대한 에피소드를 쏟아놓기 시작한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일단 스틱형이랑 쿠션형이 있는데(헤어 마스카라도 있단다.)
뻑뻑하거나 가루날림이 있거나 장단점이 있으니
개인 취향으로 선택하는 듯 하고
머리카락 색에 맞추어 다양한 종류들 중에서 구입하면 될 것 같은데
일단 어제 본의 아니게 선물 받은 것부터 사용하고 고민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막내동생이 알려준 충격적인 사실은
뇌 MRI를 찍을 때 흑채를 뿌리거나 바르면 안된단다.
지난번 자기 검사하러 가서 머리 다시 감았다면서.
세상에 이렇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니.
잠시 대화에서 문외한이 되어서 꿈뻑꿈뻑거렸다.
사실 내가 제일 모르는 영역 중 한 가지가
피부 미용이나 화장품 영역이다.
필러 등의 피부 빵빵 주름 없애준다는 주사를 맞은 적도 없고
피부과 시술을 받은 적도 없으며(코 옆에 튀어나온 혹의 조직검사를 했던 적은 있다.)
세안과 두피 보호 등에 딱히 신경을 쓰거나 노력을 들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미인은 잠꾸러기가 아니라 부지런해야 미인이 되는 법이다.
여하튼 지금 생각으로는 2월 말까지 염색을 하지 않고 버텨볼까 생각하고 있다만
그렇게 참을 수 있을런지는 알 수 없다.
일단 다음 주 목요일 오후가 데드라인이다.
그날 서울가는 김에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염색을 할까 말까 생각중이다.
그런데 백화점 아이쇼핑도 해야는데 어쩐다냐.
하루에 그 일정을 다 소화하기는 힘든데 말이다.
토요일 결혼식은 기차 시간 때문에 백화점 한바퀴 돌기가 빠듯하기는 하다만.
내가 이렇게 백화점과 스타벅스에 연연해할 줄은 서울을 떠나 이사오기전까지는 정말 몰랐다.
역시 뭐를 해봐야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온다.
나도 백화점과 스타벅스에 연연해하는 내가 낯설다.
남편이 산책을 함께 가자니 못이기는 척하고 따라가 줄까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