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다.
빨리 빨리, 팩트만 간단히, 공적인 대답만,
그리고 지극히 딱딱한 말투로.
이런 것들에 익숙했었고 나 또한 그러했는데
그것이 서울이라서 그런 것이었을까?
조치원 생활 한달 동안 그런 눈빛과 대화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고작 한 달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 모두가 친절하다.
동네 하나뿐인 슈퍼 사장님도
(어제 단감을 사는데 단감이 물렀다면서 세 번이나 일일이 감을 눌러가면서 손수 바꿔주셨다.)
드라이를 한번 한 미용실 원장님도
(지금 내 머리에게는 파마보다도 염색이 시급하다고 조언해주셨다.)
오전에 주차장을 물어본 전통시장 옆 아기용품집 사장님도
(여러 곳의 공영주차장의 주차 요금과 주차팁까지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그리고 오후에 찾아간 세종세무서 창구직원과
안내를 하고 있던 공익근무생까지도 말이다.
부가가치세 신고를 문의했더니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세금계산서가 존재한단다.
분명 내 기억에는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가
교육청 요청으로 어렵게 취소한 것만 기억나는데
나라장터에서도 전자세금계산서가 발급되어 있다하고
그것을 끌어와서 신고하는 것은 다음 주 이후에 가능하다고 한다.
집에 가서 내가 그 전자세금계산서를 찾아서 끌어오는 것이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하여
어려움을 사실대로 창구 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고맙게도 신고절차를 처리해 주어서
세금 낼 서류까지도 발급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대표라서 나에게는 기타 소득을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확인해주었다.
그것도 엄청 친절한 목소리와 눈빛으로 말이다.
내가 이제 그런 눈빛을 받을 만큼 안되보이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만 댕큐일 뿐이다.
드디어 머리 한구석에 때처럼 끼어있던
세무서 관련 현안이 마무리 된 셈이다.
물론 마무리라고 생각했지만 또다른 모르는 일이 닥칠 수도 있다만 오늘만큼은 기뻐하련다.
세무서까지 단번에 잘 찾아간 나의 운전 실력도 기쁘다.
그런데 세무서에서의 기쁨도 잠시.
교육청에서 추가 수정 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톡이 들어온다.
연구위원 2명은 외국이다.
그리고 다른분들도 막 방학을 했다.
괜찮다. 원래 마무리는 소수정예부대가 하는 법이다.
내일 엄청 달리면 얼추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고
토, 일에 정리하고 월요일 오후에 최종 마무리를 해서 일단 넘겨보겠다.
그러려면 소수정예부대와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한 명은 통화중이고 한 명은 지하철 퇴근 중이다.
일단 브런치부터 작성하고 그들과의 통화를 준비해야겠다.
그 사이에 지금 책상 아래서 밥달라고 무력 시위중인 고양이 설이 저녁부터 해결해야겠다.
갑자기 바빠지는 초저녁이다.
서울이 아니어서일까?
조치원의 저녁은 서울보다 빨리 시작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