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스케일 잡기

꼭 해야만 하는 멋진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간에

시도해보고 도전해보는게 나의 무모한 삶이었으니

시간 스케일 잡는 것도 그 도전들을 고려하게 되기 마련이다.

스케쥴이 아니라 스케일(Sca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그냥 내 생각 범주 안에 있는 것이라는 뜻을 포함한다.

순전히 내 표현이다.

Scale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은데

<1. 척도, 2. 범위 [다양한 크기, 금액 또는 수준의 범위], 3. 비늘>

그 중 두 번째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나의 시간 스케일은

점점 줄어들고

(생각만하고 구현이 되지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탁상 달력과 핸드폰 기록 내용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물품의 경우이고

인간 관계와 공적인 업무에서는 아직은

미니멀하지 않고 싶은데 말이다.


다음 주까지는 픽스된 일정들이 있지만

2주후부터는 딱히 중요한 일정은 한 개 정도이고

2월부터는 아예 없다고 봐야한다.

내 의지로 선택한 여행의 목적이 일정 부분 포함된

학회 참석 정도를 빼면 말이다.

남편의 항암 주기가 3주.

내 머리 염색 주기가 최대 5주.

그리고 여름 방학때쯤 이미 예약되어 있는 나의 대학병원 검사 및 결과보기.(언제인지는 확실하게 인지되어 있지 않다. 찾아봐야한다.)

그것 빼고는 아직 백지 노트 수준이다.

작년 정년퇴직 이후 휑하니 비어있던

작년 3월 달력을 보고 마음이 조금 울컥했었는데

오늘 바라본 달력 역시 비슷하다.

이제 이것에 익숙해져야하나 보다.

사실 내일 일도 모르고 한치 앞도 모르는게 인간사이므로

시간 스케일을 빡빡하게 채워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반문하시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무언가 꼭 해야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 즈음

긴장이 풀어지면서 마음이 느슨해지고

쉼이 아니라 병이 나는 그런 경로를 많이 거쳐왔었기 때문에

한가한 시간들을 다소 겁내고 두려워하는 편이다.

다음 주까지는 연구 관련 마무리로 할 일이 많이 있어서 걱정은 없다만.



나는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맛난 것을 먹거나

어디를 다녀오거나 하는 그 재미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매일 매일 여유 시간이 넘쳐나서 할 수 없이

어디를 다녀오는 그런 형태말고

진짜 진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어찌 저찌 그쪽으로 가볼 기회가 있고

시간의 여유가 잠시 있어서 일도 하고 멋진 곳도 보는 이런 날을 땡잡은 날이라고 표현하고 엄청 기뻐라한다.

어제 세종세무서 일보러 운전하다가 근처 가볼 곳으로 손꼽아 두었던 호수공원을 지난 것 같은데

아직 호수공원 가기에는 날이 너무 춥고

지난 연말 가려다가 눈이 와서 미루어둔 수목원도 하루 가봐야는데 아직은 선뜻 길을 나서게 되지는 않는다.

지하철이 없다는 것이 나를 집콕하게 만드는

중요 원인일지도 모르지만 제일 큰 것은 추위이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적어도 꽃피는 봄에는 방문 의사가 확실하다.

야구의 시즌이 돌아오면 그리고

내 최애 <불꽃야구>가 대전 파이터스파크에서 경기를 한다면(엄청 기쁘겠다. 믿고 기다리는 중이다.)

그 기회에 대전 방문과 성심당 빵 먹기 그리고 오랜만에 대전 과학관 투어를 할 의지도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모두 따뜻한 봄날이 와야 가능한 것들이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는데 정녕 이 추위에 할 수 있는 것들이란 없는 것일까?

남편과의 주변 산책말고 다른 것을 찾아봐야는데

도통 생각나는 일도 의욕이 생기는 일도 없다.

나 늙은거 맞다.

아직 하지못한 일은 있다.

머플러와 속옷 찾기, 자동차 세차하기가 남아있는데 영구미제가 될지도 모른다.

머플러와 속옷 찾기는 말이다.

그래도 어제 장갑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았다.

오늘도 하염없이 그 두가지를 찾아나선다마는.

멋진 약속이나 일이 생길 확률보다도 더 낮은 듯 하다.


(사진처럼 샛노란 꽃들이 마구마구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글이다.

그리고 함께 할 멋진 일들도 기다린다는 속뜻이 숨어있는 글이다.

좋은 의미로 바빠졌으면 참 좋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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