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바쁜 오후

글이 씨가 되었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침에 바빴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의 글을 쓰고

오전 계획에 있던 줌회의를 마치고서는

정말 할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습관처럼 세탁기와 청소기를 구동시키고는

과학교육 관련 논문 두편을 빠르게 훑어보고

(여러 교과가 섞인거라 과학 부분만 찾아보니

시간이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요즈음 테스트 중인 나노바나나를 구동시켜보고

(성능이 놀랍다. 나보다 백배 낫다.)

제자 녀석과 일없음에 대한 톡을 나눈것 뿐.

그리고는 점심을 먹었다.


갑자기 바빠진건 그 이후이다.

남편이 회사에 간다길래

차로 조치원역까지 모셔다 줄까했더니

운동삼아 걸어가자는거다.

답답하던차에 잘 되었다 싶었고

어제 답사한 바로 오늘이 바로 조치원 오일장 날이니

겸사겸사 구경하고 오면 되겠다고 따라나선것이 시작이었다.

조치원 전통시장 구경은

서울에서 내가 종종가던 자양전통시장 구경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내가 좋아라하는 작은 사이즈의 반찬가게에서 연근조림과 나물류를 샀고(맛은 장담할 수 없다만)

찹쌀호떡을 먹었고(약간 탔다. 이건 자양시장이 백배 낫다.)

생물 오징어 한 마리를 사서 귀가하려고 버스 정거장에 는데 무려 18분후 도착이란다.

막 지나간것임에 틀림없다.

거기서 멈췄어야는데

왜 발동이 걸린 내 발이 계속 움직이는거냐?

골반이 멈추지 않아서 계속 춤추는 릴스는 봤어도

발이 오토매틱으로 움직여 계속 걷는거는 또 뭐냐?

별로 안춥다는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계속 걷다가 나의 현안 중 하나인 세차장을 발견한다.

하나는 자동으로 내가 직접하는 세차장이고

(한번도 셀프세차를 한 적은 없다.)

한 곳은 손세차를 맡기는 곳이다.

가격차는 분명한데

기계치인 내가

그리고 손아귀힘도 부족한 내가

셀프세차가 될 것인가?

나도 의문스러운데 오늘 도전하기에는

내일 결혼식도 가야하고

연구 자료도 마무리해야하고

월요일 학회 발표도 해야한다.

괜한 근육통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그냥 자본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차를 맡기고 집 근처 카페를 첫 방문하여

카푸치노를 마시며(크림 아메리카노와 두가지 중에 잠시 선택의 시간이 있었다.)

내 올드카가 깨끗하게 변신할 한 시간을 떼우고 있다.

갑자기 바쁘게 보낸 오후.

이미 오늘 할당량 10,000보 걷기 미션은 완수한지 오래이다.

저녁은 오징어 무국 당첨이다. 칼칼하게 말이다.


(오늘 대문 사진은 전통시장 골목에서 발견한

아주 옛날 고리고리짝의 교실 그림이다.

저 오르간에서 패달을 밟으며 나도 연주를 하곤했다.

게다가 저 급훈과 오르간에 쓰인 메시지를 보라.

맞는 말만 써있다. 저 날이 아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