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저절로 바꾸어지는 것들

조금씩 자연스럽게 그러나 좋은 방향으로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서울 백화점을 방문해서야

내가 서울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리고 그리워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었고

모든 것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의 결핍에서 오는 감정이고

마치 허상과도 같은 것이라는 철학적인 깨달음을 한순간 느꼈다만

그 생각이 오래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매일 매일 조금씩 저절로 생각과 패턴과 스타일이 바뀌니 말이다.

당분간은 백화점 구경이나 스벅이나 푸드코트나 딸기케잌에 초연할지 모르겠다만

또다른 무언가가 나를 서울로 이끌지 모른다.

사람이 크게 바뀌는 것은 어렵고 불가능해보이지만(갑작스런 실연 이상의 큰 계기가 있어야 한다.)

매일 매일의 삶은 비슷해보이지만

그래서 지겹기도 하지만

조금씩 무언가가 바뀌고는 있다.

그 변화의 폭은 나 아니면 느끼지 못할 정도이기는 하다.

마치 내 옷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검은색 옷이

그래도 조금씩은 다 다른 포인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 이번 방학 들어서 내 루틴 중 바뀐 것들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먹고

고양이 설이 츄르를 하나주고

그리고는 따뜻한 차를 반잔 마신다.

한잔 정도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반잔 정도의 양을 준비한다.

그리고는 유튜브 음악 모음 중 하나를 골라 틀어놓고는 브런치 글을 쓴다.

대부분 보리차이고 피아노 연주곡이다.

통증완화, 진정, 평온, 마음 치유에 효과적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평소에 물 마시는 것을 즐겨라하지 않았고

(차는 출근을 하거나 카페에 갈때만 마셨다.)

유튜브로는 <불꽃야구>만 봤던 나에게 변화가 생긴 것임에 틀림없다.

아침에는 클래식이지라는 고정 관념은 없다.

아무거나 알고리즘이 데려다 주는 음악을 듣는다. 운명이라 여기면서.


시력도 나쁘고 노안이 와서

자꾸 몸을 앞으로 쏠린 채 컴퓨터 작업을 하곤해서 어깨가 굽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옛날 일 많이 하신 할머니들의 등이 굽은 것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어서

가급적 가슴을 펴고 꼿꼿한 걸음을 유지하려 신경을 쓰는 중인데 날씨가 추우니 저절로 몸이 웅크려든다.

어깨를 펴려면 벽에 몸을 붙이는 운동을 하면 효과적이라고 동생이 알려줘서

틈틈이 시도해보고 있는데 이참에 운동 유튜브를 틀어놓고 따라해볼까 하는 마음이 이제서야 든다.

진즉에 그렇게 하는 많은 주변 지인들 이야기를 들었었다만.

이곳 커뮤니티센터에는 트레이너가 없는 듯하여 강제적인 운동은 불가능하지 싶으니 조금씩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회수 몇 십만 이상을 상회하는 유튜브들이 다들

이런 마음에서 보고 듣는 것이구나 싶다.

거실을 운동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볼까하는 마음이 살살 든다.

운동 기구를 준비하겠다는 거창한 생각이 아니라 유튜브를 틀어놓고 쉬운 운동을 따라하겠다는

간단한 것인데 그 시작에 이리 마음의 준비를 오래해야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트랜드에 그리 민감한 편이 아닌 것이 맞다.


어제 올해 첫 눈이 내리는 것과 쌓여있는 것과

눈을 뭉치는 아이들까지는 보았는데

오늘 점심 슈퍼 나들이할 시간쯤에는

(과자를 사러 가야겠다. 이번에는 치트키인 믹스커피와 에이스이다.)

창의적이고 작품성 높은 눈사람을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내가 지금 눈사람을 만들 여력과 체력은 안되지만

(극강의 손발 시려움을 참아야만 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눈사람을 보는 일은 즐겁다.

내가 만든 그 옛날의 눈사람도 그 때 누군가에게는

분명 웃음과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돈다.

그리고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번에 이루어지는 혁명 같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씩 저절로 자연스럽게 바꾸어지는 것들이 모여 모여서 소리소문은 없지만 삶의 큰 변화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은 내 삶에서나 세상에게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좋은 쪽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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