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오전에 자유권으로 운좋게 기차에서 앉아왔고
무사히 용산역에 내렸고
한때 나의 주출몰지역이었던 신용산역 지하도 한바퀴 돌았고
서울교대 포럼 발표장도 잘 찾아갔고
발표와 일처리와 머리 정리도 잘 했고
그 사이 사이에 내리는 눈발도 잘보았다.
오래된 대학 건물 낡은 창문을 통해서 보니 더 멋졌다.
이제 집에 가서 머리 정리한 일만 마저하면 되는데
순간의 선택이 틀렸다.
용산역으로 가지말고 서울역으로 갔어야한다.
고민은 잠시 했었는데 혹시 그렇게나 차이가 많이 나려나했던 방심이 화를 불렀다.
용산역에서는 거의 한 시간에 기차 한 편 정도가 조치원이나 오송행이 있는거다.
탑승 시간을 고작 삼십여분밖에 못 댕겼다.
선택의 여지가 많은 서울역에 갔어야 한다.
거기 갔으면 한 시간은 충분히 앞당겼을텐데 말이다.
확률과 통계를 배웠는데 뭐한거냐?
오전 자유석으로 끝까지 앉아온게
오늘 운을 모두 땡겨썼었던 것인가보다.
할 수 없이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김밥을 먹고 또 공갈호떡을 먹고
단팥빵을 사고 용산역 옆 내 단골 출몰 지역이었던
백화점을 한바퀴 크게 돌았다.
다음부터는 못먹어도 고다.
집에 내려갈때는 서울역을 이용하는걸로다가 마음을 굳게 먹는다.
오늘 대문사진인 오랫만에 보는 낯익은 구도의 사진이
시간이 꽤 많이 흘렀음을 각인시켜준다.
신용산역에서의 날들은 내 생애 가장 비싼 집에서의 날들이었다.
가장 행복했었냐고 묻는다면 글쎄이다.
한강뷰는 멋졌으나(불꽃쇼도 보였다만)
옆집은 새벽마다 싸워댔으며
나는 한강대교를 걸어다니면서
부모님을 모두 잃은 내 마음을 달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