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 알지는 못한다.
무엇보다도 1순위가 분명한 간식 츄르를 빼고
우리집 고양이 설이가 좋아라하는 것들의 순위를 매겨본다.
오늘 마침 그것들이 배송되어 왔기 때문이다.
일번. 상자.
사이즈나 질감이나 빡빡하고 단단한 정도나
어떤 조건이던간에 상관없다.
상자란 상자는 다 좋아라하고 다 들어가서
그 안에 앉아있으려하고
어쨌든 자기 온몸을 구겨넣어본다.
상자에 자기가 들어가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 나오기전에
그 상자를 치우려하면 화나고 못마땅한 목소리로 구시렁댄다.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빼앗았을때와 똑같은 반응이다.
다음으로 끈이나 고무줄.
포장용으로 묶여온 끈이나 고무줄도 종류에 상관없이 일단 관심을 보인다.
그 끈을 흔들어대거나 고무줄을 튕겨주면 더할나위없이 좋아라한다.
심하게 달려들다가 고무줄이 끊기거나
끈에 목이 매일까봐 걱정이 되어서
살살 맛만 보여주는 정도로만 놀아주는데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 듯 하고
아들 녀석이 끈으로 놀아주는 그 탁월한 놀이 감각이 없는 나를 힐난조의 눈빛으로 쳐다본다.
한때 길어서 머리를 묶고 다녔던 내 고무줄이
이번 이사할때보니까
설이가 숨겨다 놓은 그 비밀의 장소에서 여러개 발견되었었다.
위 두 가지는 1,2 순위가 분명한데
세 번째는 그때 그때 조금씩 다른 듯하다.
어떨때는 내가 먹는 과자에 관심을 보여서는 턱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조그만 사이즈를 놓아주면 코로 냄새를 맡다가 혀로 침을 발랐다가 다리로 드리블링을 했다가 하지만
결코 먹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의심이 많고 조심성이 있는 녀석이다.
또 어떨 때는 빨래 건조시킬 때 넣어두는 건조시트 종이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아마 자기가 좋아라하는 그런 향이 나서 그런 것인지 방금전에도 어느 틈엔가 그것을 찾아가서는 발라당 누워서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린이든 고양이든 무언가 조용해서 쳐다보면 사고를 칠 준비를 하고 있을때가 많다.
우리가 먹는 식사에는 아무런 욕심도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만
가끔 생선 요리를 할때면 본능적으로 반응이 되는지 식탁 근처에서 턱을 고이고 우리가 먹는 것을 구경하곤 한다.
아참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설이가 좋아라하는 것 중 하나는 창밖 구경이다.
비나 눈이 오는 것도 좋아라하고 나에게 알려주고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해가 들어오는 시간에 그 햇빛을 받으며 고즈넉하게 잠을 청하거나
창밖을 구경하는 것 또한 즐겨한다.
가끔은 창밖을 보면서 웅웅대기도 하는데 벌레나 새를 봤을때인데
이제는 고층으로 와서 그럴 일은 없을듯 하다.
AI인 제미나이의 바나나 프로에게 창밖을 구경하는
흰 고양이를 그려달라했더니
대문 사진처럼 그려주었다만
설이의 고혹적인 미모와 우아한 표정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뉴요커 고양이를 그려주었다.
창밖으로 멋진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AI도 여러번 조건을 제시해야만 원하는 답이 나온다.
아마 설이에게 나도 AI처럼 여러번 눈치를 줘야 알아듣는 존재일듯 하다.
지금 막 츄르를 줄 시간이 지나서 내 옆에서 낑낑대는 것을 왜 그러는 것인지 금방 눈치 채지 못한 나는
아직 초보 집사임에 틀림없다.
5년이나 되었는데 말이다.
아이는 다섯살쯤 되면 말이 통하는데
고양이 언어는 영 해석이 불가능하다.
아주 가끔은 알아맞추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의 설이 눈동자에는 만족감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