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중

내 마음의 가시거리 1M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정신없이 바쁜 미션 수행의 날을 보냈다면

오늘은 딱히 할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비어있는 날이다.

앞으로 일주일은 꼬박 그렇다.

게다가 갑자기 남편이 약속이 있다면서 10시에 집을 나서니

더더욱 할 일이라고는 없다.

점심이라도 차려야 반찬이라도 하고 그럴텐데

나는 아들이나 남편이나 아니면 동생이나 조카라도 있어야

음식을 만들려는 의욕이 생기는 스타일이다.

나 혼자 먹으려고 무언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더더욱 오늘 할 일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코는 막히고 가래는 생기고 어깨는 뭉치고

눕고만 싶어진다.

신기하게 바쁜 날에는 틈을 내서(기차 안에서라도) 브런치를 작성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날은 글쓰기조차도 할 마음이

안 생긴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안해서 글 쓸 주제가 없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만.


오늘 아침에는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판단이 안되게 하늘이 온통 흐렸고

(안전문자에는 안개라고 하더만 미세먼지에 더 가까운 듯하다.)

창밖을 내다보니 가시거리가 채 1M 가 되지 않을 듯 하다.

날씨가 춥지는 않았지만 어제 15,000보 넘게 걸어서인지 다리도 무겁다.

재밌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흑백요리사>나 볼까 하다가

한번 시작하면 오늘 하루 종일 볼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을 일단 접고

어깨 근력 회복 운동을 하고(우리나라 야구 대표팀 훈련 영상에서 힌트를 얻었다.)

마무리가 되어가는 탄소중립 연구팀원들에게

두 번째 연구 수당을 송금하고

연말정산을 위한 국세청 자료를 다운받아 보니

한 달 사용 카드비가 왜 그리도 많은 거냐?

많이 아프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의료비도 꽤 썼다만

앞으로는 더 많이 쓸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그래도 연말정산을 하던 그 시절이 엄청 그립다는 마음이 또 든다.

엄마, 아버지가 살아계셨을때는 그 분들의 의료비 등으로 내가 2월에 조금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만

그때빼고 2월의 월급은 연말정산 처리하고 나면 거의 바닥이었었다.

그래도 연말정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삶이라는 뜻 아니겠나.

별게 별게 다 그립고 소중하고 생각나는 아무 할 일없이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그런 날이다.

그래서인지 딱히 주말이 그립거나 기대되거나 기다리거나 그렇지도 않다.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니 치매검사가서 오늘날짜를 물어보면 대답 못하는 것도 정상일지 모른다.

내 마음의 가시거리도 오늘처럼 가시거리가 채 1M 가 안된다.

이럴때 누군가가 만나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척

또 힘들지만 나를 기운나게 할 서울 나들이에 나설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가에게 맛난 밥 살 마음이 분명하다.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 중 최고는 폭풍 수다와 먹방이다.

물론 바쁘게 일하고 돈버는 것이 최고중의 최고이다만.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막내동생에게

하루 종일 뒹굴 뒹굴중이라 톡을 보냈더니

<그런 날도 있어야지> 라는 칼답이 돌아왔다.

그래. 오늘만 그런 날 하자. 그랬으면 좋겠다.

(동생은 오랫만에 친구 만나서 맛난것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단다. 여자에게 수다는 공부라는 명언도 남겼다. 공감백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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