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라퍼 기질 발동이다.
은퇴 1년전쯤부터 내 머리 스타일을 맡아주시는 홍대입구의 헤어디자이너는
나와 비슷한 연배이다.
물론 나보다 몇 살은 아래일 것이다.
그리고 업계 특성상 반질반질한 피부와 화장법과 패션 감각의 소유자이다.
키는 작고 다소 통통하지만 아우라로 그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게 멋지다.
나는 친구의 소개로 함께 다녀서 알게 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친구는 10년 넘게 함께하고 있고
친구 역시 아주 짧은 멋진 커트 머리의 소유자인데
그 헤어디자이너의 오랜 작품이었다.
걀코 평범하지는 않은 디자인의 머리 스타일이지만
그 사람의 얼굴이나 머리 형태에 잘 맞추어주어서 만족감이 크다.
단 홍대입구이니 가격은 결코 낮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선생님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동년배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머리 하는 동안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대 앞에서도 오랫동안 머리를 했었고
(그때는 비싸서 나는 절대 갈 수 없었던 당대 원탑의 헤어샵에 근무했다 한다.)
그러니 이대 앞 먹거리와 풍토에 대한 이야기가 통하고
나이가 비슷하니 일상 감성도 통할 수 밖에 없다.
어제는 눈이 오고 추위에 도로가 얼은 이런 날에 넘어지면 안된다는 다짐을 같이 했었다.
서로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자빠진 가슴아픈 경험도 공유하면서 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홍대 입구에 아침 6시면 문을 연다는 한의원 이야기도 알려주었다.
밤새 통증에 잠을 못이룬 어르신 손님들로 아침부터 꽉 찬다고 한다.
아침 6시에서 오후 2시까지만 병원을 한다고
그리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의료계의 틈새시장을 잘 파고든 것 같다고 말이다.
나 같아도 그 전날 아파서 잠을 못자면 일찍 일어나자마자 갈 것 같다.
집에서 가까우면 말이다.
내가 을지로에 위치한 학교로 가고 신용산에서 집을 이사한 이후로 다니는
내과도 을지로 한 복판 호텔 건물 2층 다소 생뚱맞은 위치에 있는 병원이다.
이 병원이 될까 싶었지만 학교에서 가장 가깝고 지하철역에서도 가까워서 들러본 곳인데
의사와 간호사님들이 친절하고 답답하고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며(아프면 누가나 답답하다.)
아침 8시부터 진료를 본다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출근 전에 진료를 보고 가는게 가능하니 말이다.
어제 일을 같이하고 점심을 같이한 옛 동료들에게도 소개해주었다.
그 곳 말고 대기업 큰 사옥안에 있는 이비인후과는
그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에게만 할인을 해주고
기타인에게는 매우 비싼 진료비를 받는다고 소문이 나있는데 그것이 의료법상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지금 다니는 내과도 을지로라는 공간과 구성원의 특성을 잘 이해한 틈새 시장 공략이 분명하다.
을지로의 아침은 누구보다도 일찍 시작되고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아침 방문자들은.
좋은 것과 아픈 것은 자랑을 하라했다.
어제 다녀왔던 홍대입구 헤어샵과 을지로 4가 내과의 좋은 점을 자랑한다.
나의 자랑이 그 두 곳에 무슨 도움이 크게 되지는 않겠지만 내 특유의 오지라퍼 성향을 발휘한다.
아픈 것도 자랑하라해서
어제 왕년에 많이 아팠다가 괜챃아졌다가 요즈음
다시 무거움이 느껴지는 어깨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별다르게 다치거나 이슈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계속 기분 나쁜 무거움과 빡빡함이 있다.
막내 동생에게 이야기를 처음으로 했더니
(그 사이에는 나 혼자 고민하고 검색하고 했었다만)
늙어서 오는 관절염 같은 거라면서 팔 돌리기를 많이 해보라는 팁을 주었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노년에게 오는 증상임에 틀림없어 보이고
팔 돌리기, 허리 세우기, 철봉 매달리기 등 집에 있는 모든 기구를 이용한
자체 운동과 근육량 지키기를 나름 시도해본다만
전문가의 힘이 필요할 것도 같다.
예전에 함께했던 신용산 PT 트레이너의 도움이 절실한데(그 선생님 덕분에 나았었다. 더 심했었는데.)
29일 교강사회의에 가서 내 옆자리인 스포츠 강사님께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내 어깨의 증상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젊은 사람이다.
자기가 아파봐야 특별한 해법이 나오는데 말이다.
그래서 비슷한 연배가 편하고 좋을 수 밖에 없다.
(어제 귀갓길에 빨갛고 동그랗고 엄청 커다란 해가 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꽤 빠른 속도였다. 사진에는 도저히 그 아름다움을 다 닮을 수 없고 게다가 택시 탑승 중이라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해는 찬란하고 달은 오묘하다.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온다. 둘 다 칭찬한다.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쯤은 항상 지니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