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왜 가지고 다니는 것일까?
하루 종일 고양이 설이랑만 대화한 어제 저녁.
오랜만에 친한 동료에게 전화가 들어온다.
휴대폰 벨소리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는 확인도 되어 기쁜 마음에 받으니
지금 이쁜 94년생 여자 선생님과 같이 있다면서
아들 녀석 소개팅을 해주겠단다.
이런 새해 선물이 어디있겠나 싶어서 아들 연락처를 공유해주었더니
(아들 녀석 어릴때부터 봤던 잘 아는 사이이다.)
전화를 안받는다한다. 퇴근 시간이 넘었는데 말이다.
운동을 하나 싶어서 나도 연락해봤는데 안 받는다.
톡을 남겨두니 한참 뒤에 톡하나가 왔는데
지금 약속이라 전화는 못한단다.
아니 잠깐 나와서 전화를 못 받을 약속이란 무엇인가?
소개팅이라도 하는 건가?
좋은 기회를 놓칠까 싶어 나는 애가 타는데
아들 녀석은 그 뒤로도 감감 무소식이다.
불금 저녁.
가끔 이렇게 간섭받지 않고 놀고 싶어서 독립하고 싶어했던 것을 잘 안다만
그래도 연락은 되어야지 술고래가 된 것인지 걱정도 되지만
(지네 아빠가 술 때문에 위암이 된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어렵게 찾아온 소개팅 인연을 못 찾을까
그게 더 걱정이다.
도대체 전화 한통 못하고 못받을 정도의
중요한 약속이란 무엇인게냐?
오늘은 잔소리를 퍼부어야겠다.
어제 아침 10시 군포에서 사업상 미팅이 있다고 나간 남편은 하루종일 아무런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았다.
원래 연락을 하지 않는 스타일의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만
저녁 먹을 시간에는 올 줄 알았다.
저녁 먹고 먹어야하는 약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안온다.
초저녁잠이 많은 내가 꾸벅이다 일어나서 휴대폰을 열어보고
또 졸다 일어나서 휴대폰을 열어봐도 연락이 없다.
참다참다 12시가 되어서는 전화를 걸어봤으니 휴대폰이 꺼져있다고 나온다.
택시를 타는 사람도 아니고 버스도 끊겼을텐데 어쩌나
지난번처럼 휴대폰을 어디에 분실한 것은 아닌가 별별 생각이 들어서
내 잠은 훅 다 날라갔는데
안방에서 부시럭거리는 작은 소리가 나는 듯 하다.
혹시 하고 가서 방문을 열어보니 내가 졸다가
살짝 잠이 든 그 순간에 들어온 모양이다.
자는구나 싶어서 나를 안 깨우는 배려심을 발휘했나보다.
아마 10시반에서 11시 사이인듯 하다.
대단하다.
연락하기를 돌 같이하는 아들과 남편이다.
유전의 힘은 이리 대단하다.
남편은 그렇다쳐도(포기한지 오래되었다.)
아들 녀석은 내가 그리 교육을 시켰는데도 가끔씩 이런다.
나중에 며느리한테 불평의 한 소리 들을거다.
(그래도 좋은데 며느리가 생기기나 했음 다행이다.)
이래서 임씨하고는 알콩달콩을 도모할 수가 없다.
오늘은 차를 끌고 근처 어디래도 사람 많은 곳에 다녀와야겠다.
찜해둔 대형 몰에 가던지 수목원에 가던지 해야겠다.
그런데 주말이라 다들 행복한 가족들끼리 함께 올텐데 그걸 보는 내가 더 부러울지도 모른다.
에라. 내 팔자야. 휴대폰은 왜 가지고 다니는 것이냐? 이번 생은 똥밟았다. 어쩌겠나.
(제주에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사진이 올라오더라. 제주에 갈 이유는 매번 생긴다. 창밖으로나 공간 틈 사이로 보이는 자연이 너무 좋으니 오늘은 수목원행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