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위로가 된다.
나주 임씨 두 남자에게 실망감을 덮으려고 꽃의 힘을 빌려보기로 한다.
아들 녀석은 어제 저녁 소개팅 중이었다하고
(소개팅 중에는 전화를 안받는게 예의라나)
남편은 아무일도 없었던듯 아침으로 차려준
부추전과 톳두부무침이 더 없냐고 물어본다.
새로 만든 음식이 맛난것은 귀신같이 안다.
자기는 주는대로 먹는 착한 사람이라면서
음식평은 꼬박꼬박한다.
고양이 설이 엉덩이를 두들겨주고는 집을 나선다.
겨울이라 일주일에 한번은 자동차 시동을 걸어줘야할것 같아서 핑계김에 나서는 길이다.
국립세종 수목원은 세종 중앙 호수공원 옆이었고
주차장을 같이 사용해서인지
주말 아침 다양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수목원은 넓으나 오늘 나는 온실만 볼것이므로
(콧물 이슈가 있다.)
온실에는 역시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이 대세이고
온실이라 우리나라 토종보다는 큼직큼직한 사이즈의 외국꽃이 훨씬 많다.
오랫만에 꽃을 보니(식물의 줄기와 잎만 보는것보다)
기분이 살살 좋아진다.
유채색과 꽃향기가 주는 위로일지도 모른다.
중간중간 작은 화분을 파는데
선뜻 들고갔다가는 그 작은 이쁜 꽃들을 죽일까 겁이난다.
상추나 깻잎이 비실거리는건 참을 수 있는데
꽃이 하늘하늘 비틀비틀거리는건 마음이 아프다.
식물에게도 외모지상주의가 작동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복수초 화분에 마음이 몹시 흔들렸으나
높은 산 얼음과 눈 사이에 노랗게 핀 사진으로만 기억하기로 카드결재를 막았다.
오늘은 이만큼만 봤으니 되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다시 와서 호숫가도 거닐고 야외수목원도 한바퀴 돌아보겠다.
먼 곳은 다시 방문하기 힘들므로 다 보고와야 하지만
세종이야 이제 옆집 아닌가?
볼것을 남겨둬야 또 올 마음을 먹는다.
교사 연수 인솔등에 대비해서 화장실은 물론이고 식당과 카페까지 점검하는 나의 이 버릇은 어쩐단말이냐?
그래도 꽃이 주는 위로에
임씨 부자에 대한 실망감을 그러려니하고 접어본다.
(세종시민이라 입장료 2,500원 그리고 시나몬케잌과 아메리카노 7,400원. 만원어치 위로를 받고 온 셈이다.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