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아직도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잘 쉬는 법과 노는 법을 아직 못 배웠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사람마다 생각과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삶을 편하게도 불편하게도 하지만

결국 다 그 사람마다의 생각과 스타일대로 사는 것이니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도

삶의 한가지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사람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는 절대 없다.

아무리 가족이고 친구라해도 말이다.

한가지 면만 보이고 보이고 싶은 면만 드러낼 뿐

가슴 깊숙이는 다른 삶, 다른 생각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런 면이 조금은 있다.


아침 일어나서 읽은 스래드에 기억나는 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인데 프리랜서 강사인데

1월 들어서 올해 불합격이란 문자만 계속 오고

지금까지 했던 강의는 올해 개설하지 않는다고 하고

세상이 억까하는 듯한 힘듬을 호소한 것이었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이 주어지지 않는 안타까움에 동의한다.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쓴 것인데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이사님이 안내 데스크 파트 업무자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다시 시니어 입사를 했다고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는 글이었다.

진짜 멋진 상사였나보다 이런 글까지 쓰다니 말이다.

전혀 다른 두 가지 글이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졌다면 내가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에 딱 맞는 일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나는 희망하나 그쪽에서는 나를 희망하지 않으니 짝사랑과도 같다.)

같은 회사에서 다른 업무와 직위로 근무한다는 것은

그 일을 하는 자신에게도 또 동료들에게도 마냥 편하고 좋은 일은 아닐지 모르는데

(시간이 지나면 편해질지도 모른다만 아마도 시니어는 괜찮을 수도 있지만 직속 상관이었던 젊은이들은 다소 불편해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두 글을 읽으면서 왜 나는 아직도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답처럼 어제 본 오늘 대문 사진 자료가

또 눈에 띈다.

예전이라면 1초만에 흘려보냈을 그런 자료이다.


은행 빛 다 갚고 내 집하나 건졌으면 최고라는데 나는 아직이고

자녀가 밥벌이 하고 있으면 숙제가 끝났다지만 결혼도 못하고 있고

내 두 다리로 아직 산책은 가능하고

숨만 쉬어도 연금은 나오기는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고

남들이 승진하던 해외가던 배는 안아프나

(일이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점점 적어지고 해외는 예전부터 그리 좋아라 하지는 않았다. 제주도와 부산이 내게는 해외이다.)

밥 같이 먹을 배우자는 평소에는 없었다가 병이 들어서 내 옆에 왔으니 대박은 절대 아니고

아침에 눈뜨면 하고 싶은게 하나라도 있으면 되는데(요새는 없는 날이 며칠 이어지고 있고)

크게 아픈데가 없으면 돈 버는 중이라는데

(왼쪽 목과 어깨 이어지는 부분이 아프기 시작했고.

목 디스크일까?걱정된다.)

이만하면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이긴거라는데

왜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요모양 요꼴이지라는 억울한 생각만 들고

가족과 회사를 위해 30년 이상을 달렸으니 나를 위해 시간을 쓰라는데

나를 위한 시간이 즐겁고 의미 있는 일하는 거 말고 무엇인지를 도통 모르겠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글을 결정타는 이 말이다.

<일하지 마세요. 그냥 노는 게 최고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제 알겠다. 나는 일하는 법만 알고 노는 법이나 쉬는 법을 모르는게 맞다.

그런데 노는 법이나 쉬는 법은 어떻게 배우면 되는 것이냐?

유튜브에도 알려주는 사람은 없는 듯한데 말이다.

그리고 젊어서 놀거나 쉬는 것과 시니어의 방법은

전혀 다를텐데 말이다.


일단 크게 아픈 곳을 없애기 위해서

목과 어깨 스트레칭이나 해보자.

어제 배송 온 고무밴드는 엄청 튼실해서

내가 아무리 힘을 줘도 끊어질 것 같지는 않더라.

어제 저녁에 본 병원에 가지 않는 몸 만들기를 위해서 물도 한 컵 다 들이켰다.

곧 나이들어서 멋지게 노는 법과 쉬는 법이라는 자료가 내 눈에 뜨이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밥 같이 먹을 배우자에게 드릴 오늘 아침은

달걀 톡 터지는 길거리표 토스트와

딸기바나나 스무디이다.

야채와 사과 호두 샐러드 닭가슴살은 옵션 제공이다.

길거리표 토스트에 깜빡하고 양배추를 안 썰어넣었다.

어쩐지 뭐가 섭섭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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