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부터 늙는다.

차마 내 손 사진을 올리지는 못하겠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옛말이 그른게 없다.

손부터 늙는다는 말을 들었었다만 믿지 않았었다.

유일하게 내가 이쁘다고 칭찬을 들은 것이 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쪼글쪼글에 실핏줄이 다 드러나고

자꾸 반점같은 것이 생겨서 손을 자꾸 숨기게 된다.

손만 보면 영낙 없는 할머니이다.

며칠 전 어디 부딪힌 기억도 없는데 멍도 하나 들어서 더더욱 흉측하다.

고무장갑을 안끼고 설거지를 쳐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영양 크림을 잔뜩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고 있어볼까 싶다가

그러고서야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포기했다.

너무 한가해서 늙어버린 손이 눈에 뜨이는 거다.

바빠지면 그런 것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친정 엄마는 목부터 늙는다셨고

목이 기다랗고 살빠진 채로 있으면 사람이 더 볼품없어 보인다고 싫어하셨다.

목에 꼭 머플러를 묶고 목이 올라온 형태의 옷을 주로 선호하셨다.

나는 뚱뚱했었으니 목이 좀 드러난 옷을 선호했었는데 이제는 절대 아니다.

한여름 빼고는 머플러를 목에 꼭 두르고 가급적 목을 덮는 옷을 입는다.

보온 때문이기도 하고

목주름을 보여주기 싫어서이기도 하다.

내가 이렇게 목이 길었나 싶고 갸날펐나 싶고

점점 엄마의 나이든 모습과 닮아가는 내가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쁜 우리 엄마를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평생 원망했었던 터이다.


발가락은 살이 빠져 길어보이고

엄지 발가락은 더 튀어나왔고

(무지외반증 같은 형태이나 병원에는 가보지 않았다.)

신체 관찰 나이로만 보면 내 나이보다 더 들어보일께 분명하다만

높은 에너지와 커다란 말소리로 그것을 감추고 다닌다.

물론 머리는 염색이고 얼굴은 변장 수준의 화장을 한다.

그래도 아마 어제 면접장에서 대기한 젊은이들은 도대체 저 늙은 할머니는 누구일까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어제 면접에 <박사>를 기준으로 적어둔 직종은 딱 하나였고

나와 나보다는 훨씬 어려보이지만

결코 나이가 작아보이지는 않는 그리고

얼굴에 인자함이 별로 보이지 않는

(순전히 내 느낌이다. 인자함은 보통 나이가 어느 정도 먹어야 발현되는 법이다.)

또다른 한 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학사와 석사이니 젊음이 넘쳤다.

모두가 검정색 의상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했다만

(나만 빼고)

처음에는 젊은이들의 눈을 피해서 브런치를 작성하고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몇몇 친구들을 본의아니게 스캔하게 되었다.

얼굴만으로도 일 잘하게 보이고 성품이 온화한 친구들을 골라낼 수 있었으니

내가 심사위원이라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랜 교사 생활의 직감이랄까 그런게 있다.

물론 대화를 해보면 아닌 경우도 가끔은 있고

물론 정확도는 자신할 수 없다만.

그러다가 우연히 옆자리 젊은이의 휴대폰 하는 손을 보았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톡을 보내고 있었다.

그 손가락이 참으로 뽀얗고 튼실하며 피부는 빛이 나며 뽀송뽀송했다.

이런 젊은이들이 정직원도 아니고 임시 위촉직에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구직 시장이다.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만 이곳의 경험을 계기로

더 발전할 것이므로 그들의 청춘을 응원한다.

나는 그들의 노력을 지지하고 절대 그들의 자리를 뺏지는 않겠다.

땜빵이고 백업이고 아무도 안한다는 자리 메꿈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매일 매일 먹고 쉬는 중인데

왜 체중은 안 늘어나는 것이냐?

한 때 나는 숨만 쉬어도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숨도 쉬고 물도 마구 먹고 밥과 간식까지 마구 먹지만 살이 안찐다.

물론 많은 양을 먹지는 못한다. 구조적으로다가.

손은 늙고 목은 쳐지고 그래도 지금은 겨울이라 옷으로 감싸서 그나마 들키지 않았는데

여름이 싫다는 친정 엄마말이 이제서야 무슨 뜻인지 알겠다.

몸과 함께 마음도 늙어간다.


(대문사진으로 국립 세종 수목원에서 화분에 파는 복수초 사진을 골랐다. 산 속 깊은 바위와 얼음 사이에 고고하게 피어있을 복수초만 생각했는데 저리 화분에 담아서 10,000원에 판다니. 그래도 그 소중한 것을 집에 가져와서 꼴까닥 죽일까봐 못 사왔다. 내가 관리하는 것보다 그곳의 전문가 손길이 낫겠지 싶어서 말이다. 오래 버티자. 복수초나 나나. 버티는 것이 살아 남는것이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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