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서울에 가면

아직은 서울과 밀당 중.

by 태생적 오지라퍼

공식적인 일이 있어서 서울에 올라갈 날은

다음 주 목요일이다.

그 사이에 특별한 일만 없다면.

아들 녀석은 다음 주 일본 여행을 간다하니

목요일에 서울에 간대도 그 비싼 얼굴도 볼 수 없다.

구정 때 기차는 모두 매진이던데 티켓을 손에 넣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에 서울에 가면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본다.


목요일 행사 장소는 성수역 근처이니

오랜만에 겨울 서울숲을 가본다.

날씨는 이번 주보다는 덜 춥더라만

꽁꽁 싸매고 빠른 걸음으로 서울숲 주변을 한 바퀴 돌고 행사 장소로 가야겠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재빨리 신용산역으로 움직여서

예전 그곳에서 살 때 몇 번 다녔던 통증의학과에 들러서 내 목의 상태를 점검해야겠다.

점점 더 아파지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무거움이 느껴져서

별일 아니라는 것을 확인 받고 도수치료를 권하면 받고 오련다.

실비 보험이 있으니 무섭지 않다.

그리고 기차 시간이 남는다면

건너편 아모레 건물 지하 진작이라는 맛집에 가서

불맛 가득한 대창 덮밥을 먹고

후도마끼는 남편 몫으로 포장해서 내려오려 한다.

그 맛집은 원래 을지로 맛집인데 그 곳에 분점을 냈고

을지로는 오래 줄을 서야하는데 이곳은 그렇지는 않더라.

아참 아모레 건물 앞에 있는 로또 복권 판매점에서

로또 한 장과 1,000원짜리 긁는 복권 두 장도 사야겠다.

아니 조치원 이 근처에서는 복권 파는 곳을 못 찾았다.

가끔씩 복권 한 장이 주는 따스함이 있는데 말이다.

아직은 서울과 밀당중이다.

마치 전 애인인데 아직 다 못잊은 그런 상태말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저조하더니

이곳 저곳 아픈 것만 느껴진다.

원래 아프던 왼쪽 목에 왼쪽 뺨에 왼쪽 무릎까지 말이다.

설마 그게 다 이어져서 작동하는건 아닐텐데 말이다.

목에는 크림을 뺨에는 연고를 무릎에는 파스를 문질러댄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왼쪽이 부실하다.

게다가 갑자기 배도 쌀쌀 아파서 설사도 했다.

믹스 커피 때문일까?

그렇다고 딱히 무엇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남편이 가자는 산책도 거절했다.

햇빛은 꽤 있어보이는데 말이다.

남편 왈 어제보다는 덜 춥단다.

작년 이맘때쯤에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특강에 사용했던 유칼립투스를 끄적여서 그려놓고

교육청 심사 아르바이트 두 개 신청서를 보내놓고는

내일은 유성 쪽에 있는 과학 카페를 들러봐야겠다고 다짐한다.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마침 후배가 강연하러 만 곳까지 온다니 인사차 가본다.

유성 쪽 운전도 살펴볼 겸 말이다.

물론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럽다면 집콕이다.

그럴까봐 후배에게도 미리 귀뜸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대전에 살고 있는 친구와 지인에게도 따로 연락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자꾸 놀아달라고 치근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 내킨다.

성심당까지 들렀다 올 여력은 없지 싶다.

튀김소보로 생각이 나긴 한다만.

못참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너무 너무 심심하고 할 일이 없으니 사방이 아프다.

갑자기 하늘에서 일이 뚝 하고 떨어졌으면 좋겠다.

집안일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니 그거 말고.

나 같은 사람 희귀하긴 할거다.

그렇게 이상하게 생겨먹은 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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