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명료함이 좋다.
어느 건축물이건 그 시대를 반영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시그니처가 되기도 하고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때는 새롭고 멋진 생각이었을지 모른다만
오래 지나고 세상이 바뀌고 나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반영하게 되기도 한다.
이사온 이 아파트의 안방 스위치가 바로 그렇다.
안방은 남편이 사용한다.
회사일도 해야하고 무엇보다도 화장실이 옆에 있고 해서 그렇게 배치하였다.
그런데 그 안방 스위치가 일반적이지 않고 오묘하다. 오늘의 대문 사진이다.
전등을 켜고 끄는 부분이 엄청 작아서
가뜩이나 항암 후유증으로 손가락 작동이 예민하게 되지 않는 남편에게 불편하다.
남편은 전기세에 엄청 민감한 스타일이다.
불켜진 모든 스위치를 다 내리고 다닌다.
우리집이 아니니 스위치를 고치거나 다른 것으로 변경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게다가 그 스위치에는 또다른 임무가 있으니
10여년전에는 새롭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는
오토매틱 온오프와 알람 기능을 탑재해 놓은 것이다.
시간을 세팅해두면 전등이 자동으로 켜지거나 꺼지고 알람이 울리는 그런 시스템을 내장해 놓은 것이다.
방이 조금 커서 불 켜는 데 몸을 움직여야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핸드폰으로 알람을 하던 시대가 아니었으니 알람 기능 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때 이 시스템을 만든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해본다.
이 알람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으니 스위치가 차지하는 부분의 면적은 작아질 수 밖에 없고 시니어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밖에 없다.
또 그 알람을 해제하려면 표시해둔
저 작은 동그라미 부분을 눌러야는데
이게 손으로는 안되고 이쑤시개로 세게 눌러야 한다.
그것을 어제서야 알았다.
그러니 남편은 새벽 한 시 십오분쯤에 전등이 켜지고 알람이 울려서
(이전 거주자가 맞춰둔 거다. 왜 그 시각인지는 알 수 없다만)
어느 날은 깨고 어떤 날은 푹자서 못듣고 넘어가고 했었던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이사오기 전 집에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개수대에 절수 패달을 달아놓았다.
물을 쓰려면 꼭 그 절수 페달을 한번 밟아주어야만 물이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페달이 자꾸 건들건들 거려지고(자주 사용하니 그럴 수 밖에. 아무리 기계래도 50Kg의 체중이 거기에 힘을 주는데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 시스템이 고장나면 물이 안나오게 되어있어서
그 기능을 없애는 집들이 있다고 들었다만
내 집이 아니라서 그냥 참고 조심조심했었다.
또 하나는 남편이 여러번 꺼버린 전원 일체 소등 버튼이다.
아마도 외출하거나 출근하면서 전원을 모두 내리고 나가는 사람이 있나본데(물론 전기를 아끼기 위해서겠지만, 냉장고쪽은 안내려 간다.)
그걸 터치하는 순간 가스 점화도 안되고 집에 있는 사람은 불편함이 생기게 된다.
그 스위치가 하필 엘리베이터 예약 스위치와 같이 있는데다가 현관문 바로 옆에 있어서
전기불 끄기 홍보대상 수준인 남편이 자꾸 건드리게 되었었다.
이런 것을 왜 만들었냐고 물론 불편을 여러번 토로했었다.
자기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불편의 요소가 아니다.
나는 적어도 이런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분명히 알 것 같다.
그런데 누가 사용하느냐와 시대의 변화가
그 시스템을 지속가능하지 않게 만들기도 하는 법이다.
단순한 것이 가장 오래토록 살아남기 마련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장착하는 일이 멋있기도 하고 주목을 받을 수도 있고 대박나게도 하지만
한 10년 뒤에 <이건 뭐야? 이딴 것을 왜 만들었어?> 가 될 수도 있는게 세상이다.
그리고 그런 말은 특히 기계치와 똥손들에게는 필수적이다.
시스템이 이상한 것으로 몰아가야 내 기계치와 똥손을 들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방 스위치의 비밀이 완벽하게 해결되었는지는
오늘 남편이 일어나봐야 확인이 되는데
어제부터 열이 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직 안 일어났다.
문 아래로 전등불을 켠 흔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시간에 가장 푹 자고 있을때가 많아서 깨우지는 않으련다.
한 시간 후 아침 식사 시간에는 열이 내려있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
<나는 감기에 안걸려.> 라고 말하면서 이 추운 날
앏게 입고 산책을 다닌 댓가로 혹독한 감기를 받은 셈이다.
원인과 결과는 생각보다 단순 명료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미묘하고 복잡하지는 않을듯 하다.
(다행히 타이레놀의 효력을 발휘했다. 열이 안 난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 잔소리를 마구 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