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남편과 동생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오랜만에 과학교육자 입장으로 돌아가

Science Day 한나절을 대전에서 보냈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막 들어온 듯한 남편 얼굴이 하얗고 입에는 거품이 있는 듯 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분명 어제 아무런 일도 없고 집콕하겠노라는 이야기를 듣고 대전으로 출발했는데 말이다.

산책을 나갔다왔나보다 했는데 친구가 상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서울에 가다가 오한이 들고 몸이 이상해서 간신히 돌아왔다 한다.

옷도 얇은 옷을 입고 나갔더라. 제 정신이냐.

재빨리 전기요에 불 넣어주고 이불 하나 더 덮어주고 타이레놀을 가져다 주었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높지는 않지만 열감은 확실이 있어보였다.

주말 늦은 오후라 조치원역에 가야있는 병원도

모두 문을 닫았을 시간이라

더 이상 나빠지면 119를 불러 응급실행 밖에 없겠다 굳게 마음먹고 지켜보았었다.

아니 본인이 아픈 몸인데 무슨 상가집들은 그렇게

다 챙기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타이레놀 효력이 돌았는지 저녁 식사 시간쯤에는

다행히 열이 떨어졌고 밥도 먹었고

코가 맹맹한 듯하여 콧물감기약 튜브도 하나 먹였고 따뜻한 보리차물을 계속 가져다주었고

그리고 걱정하면서 잤는데 오늘 아침 말짱하다 한다.

만져보니 열은 없다.

선천적으로 둔한 것인지 건강한 것인지

진짜로 나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신기하기도 하다.

본인의 판단으로는 어제 점심으로 옥수수 호떡 2개와 짜파게티를 먹고 난 후 발생한 혈당 스파이크 인것 같다고 했다만

내 판단으로는 그간에 조짐이 있었던

치통이나 감기 증상이 점심 먹고 10분도 되지않아

추운 날씨에 얇은 옷차림으로 20분 정도 조치원역까지 걸어가는 동안에 발현

일시적인 오한과 쇼크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정답은 모른다.

몸이 아픈 것은 하나의 주된 원인은 물론 있겠지만

여러 원인이 복합적이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열이 더 이상 나지 않는다는 것과

이번 일이 몸이 보내주는 경고라는 점을 본인이 인지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운동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겠노라고 이야기는 했는데 과연 지켜질까는 조금 더 두고봐야겠다.

나이도 나보다 많고

어르신 우대 지하철과 기차 티켓을 사

무엇보다도 중증질환의 산정특례대상자인데

왜 아직도 자신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만

평소에 많이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자주 아팠던 나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았으니

자주 아프고 힘들다는 나를 남편도 역시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진짜 많이 아픈 동생은 며칠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호흡도 잘 안되고 혈압도 낮고 열도 난다고

쉽게 퇴원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이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동생을 보러간 것도 한달 가량 되어가는데

다음 목요일 서울 가는 길에 동생 면회를 가야할 것인가도 고려해봐야겠다.

너무 많이 힘들어 보이는 얼굴을 봐도 딱히 해줄 말도 없고(무슨 말을 하겠냐. 힘내라는 말도 한 두번이다.)

손 한번 잡아주기도 어렵다.(혹시 내 손에서 무언가 세균 감염이 일어날까 무서워서 말이다.)

물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만난 적은 한번도 없다.

마스크 쓴 내 얼굴로만 기억될지 모른다.

오늘은 주일.

카톨릭 세례를 받았으나 냉담자인 나의 기도 제목만 점점 늘어간다.

아들 녀석 결혼 기원과 동생의 평안함 그리고

남편이 너무 힘든 투병의 길을 걷지 않기를.

쾌유라고 감히 기도하기에는 동생이나 남편의 병이 쉽지 않은 상태임을 잘 알고 있다.

오랜 냉담자인데도 기도를 들어주실지는 그분께서만 아실테지만.

그래도 일년에 몇 번씩 성당을 지나면서도 성호도 긋고 두 손 모아 기도도 올렸었다.

안타깝지 않은 아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걱정은 이렇게 꼬리를 물고 다가온다.

왜 멍이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내 오른손 그 부위를 계속 연달아 부딪히는 것처럼 말이다.


(친한 후배는 도쿄에 동생을 만나러 갔다는데 길 옆 가로수가 모두 다 동백이라 한다. 그런데 너무 흔하니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란다. 우리나라 동백은 최고 대접을 받는데. 대문 사진은 어제 대전 국립 중앙과학관 온실 속에서 본 동백이다. 동백꽃 색깔이 제주에서와는 조금 다르다. 더 진하다.

친정 엄마는 노란색 푸리지아를, 아픈 동생은 분홍색 꽃을 좋아라 했었다. 아들 녀석들이 사준 생일 꽃바구니를 카톡 대문사진에 오랫동안 올려놓고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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