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의 연속이다.
똑같은 집안일이라고해도 음식 만들기는 표가 난다
맛있게 먹는 시간과 기쁨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물론 재료 다듬는데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과 재료비와 나의 수고비를 더하면
배달시켜 먹는 것이 더 싸게 먹히는 일일지도 모른다만.
세탁은 세탁기가 대부분 해주니
나는 옷 개키는 일 정도만 하면 되는데
오늘 어느 젊은 부부가 옷을 니가 개네 마네를 가지고 싸워서 파경 일보직전이라는 기사가 난 것을 보면
(물론 그 일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옷을 개키는 일쯤은 기꺼이 내가 한다.
뭐 그리 어렵지도 않다.
그런데 해도 해도 표가 안나는 도돌이표의 연속인 집안일은 청소이다.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수동 청소기를 틈틈이 구석구석 밀고다니곤해도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고양이 설이 털 때문인 이유가 95% 이고
나와 남편이 지나다니면서 흘리는 자잘한 것들이 나머지 5%이다.
남편은 조건에 따라 설이를 귀여워한다.
자기 방은 가끔 들어오라고 기꺼이 문을 열어주고 우쭈쭈하다가
갑자기 화를 벌컥 내면서 설이 보러 나가라 한다.
주로 설이가 침대로 뛰어오르는 순간이다.
아니 고양이가 어떻게 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찰떡같이 구분한단 말인가?
나보러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켰다한다.
내 침대에는 올라오는데
남편 침대는 못올라오게 하니
설이 입장에서는 도저히 난감할 뿐일게다.
또는 화장실 문을 제대로 안 닫아놓고는
설이가 살며시 밀고 들어가려 하면 또 큰소리를 낸다.
화장실 바닥에 물이 있으면 설이 발바닥에 닿고
그 발바닥으로 집을 돌아다니면 발자욱이 생겨난다.
내가 질색을 하는 일이다.
조그만 고양이를 안거나 잡는것은 차마 못하고
소리로만 겁을 주는 것이다.
오늘처럼 남편이 없는 날 나는 안방문을 활짝 열어준다. 남편 모르게 말이다.
그리고는 남편이 귀가할때쯤 재빨리 청소기로
설이의 그 방 진입 흔적을 지운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남편은 시력이 매우 나쁘다.
그 시력으로 군 면제까지 받았을 정도이다.
설이 털이 안 보이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사와서 아직까지 고민 중인 한 가지는
화장실 물 때 청소인데
(이사오기 전 청소업체를 불러서 한번씩 했으나 화장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SNS에서 광고를 본 약품도 사용해보고
내 힘으로도 최선을 다해봤으나 한계에 봉착하여
화장실만 전문가의 힘을 한번 빌려볼까 말까를
계속 고민 중이다.
1월까지 애써보고 안되면 2월에는 전문가 찬스를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10년 정도 사용해서 만들어진 생활 속의 물때를
한번에 쏴악 없애주는 방법은
아마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방법일텐데
우리 몸에는 그다지 좋지 않을지도 몰라서
아픈 남편이 걱정되기도 하고
고양이 설이가 걱정되기도 해서 고민 중이다.
내가 화장실 물때의 흔적에 질끈 두 눈을 감을 것이냐
남편이 집을 비운 시기에 청소를 진행할 것이냐
중 선택의 문제이다.
일단 내일 남편의 병원 진료 결과를 보고 결정할까 한다.
어제 아팠던터라 이번 항암은 걱정이 조금 더 추가되었다.
괜찮다고 하면 그리고 이후 병원 일정이 결정되면
남편이 집을 비우는 그날 청소를 진행하면 될 것 같다.
마음이 심난할 때는 청소를 한다.
그 버릇이 생긴지는 꽤 오래되었다.
청소를 하기는 하는데 예전처럼 빡빡은 못한다.
그냥 살살살 청소를 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그리고 내가 애쓴 청소 흔적을 곧 고양이 설이가 지워버린다.
그렇지만 햇빛 들어오는 거실 티비앞에 요염하게 앉아있는 설이를 오늘의 그림으로 그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가분수로 얼굴이 너무 크게 그려진 것은
사방에 날라다니는 설이의 흰 털이 안보이는 것은
순전히 나의 부족한 그림 실력 때문이다.
그러나 고양이 털과도 바꿀 수 없는 설이가 주는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