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브런치 메뉴 월드컵
1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이니 정신을 차려보자 생각하고
아침 일찍 간단한 서류 작업 하나를 딱 반쯤만 처리하고는
화장실 하나를 최선을 다해 뽀드득 청소를 한 후에
집에서 가장 가깝다는 대형몰 방문에 나선다.
나머지 작업 반과 화장실 하나는 오후 몫으로 미루어두고 말이다.
구입하고 싶은 품목은 딱 한가지이다. 식탁이다.
지금 있는 식탁은 작고 다리가 튼튼하지 못해서 혹시 남편이 기대고 일어났다가 넘어갈까 걱정이 살짝된다.
비싸고 멋진 것 말고 단단하고 고양이 발톱에 버틸 수 있는 것이면 된다.
가급적 화이트톤이나 스틸 혹은 유사 대리석이나 우드를 희망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배송만 해주고 조립을 나보러 하라는 것은 안된다. 아들 녀석이 없다.
그것 빼고는 딱히 사야할 것은 없다만
사람 많고 무언가 세련된 것들을 구경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다. 물욕이 남아있다. 아직도.
내비 언니 안내를 충실하게 따라갔고
이제 세종시내와 대전 가는 방향 도로 사정도
몇 번 지나가 봤다고 마음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아서
행정명으로는 유성인 그 대형몰에 어렵지 않게 도착했고(헤매지 않아서 본의아니게 오픈런했다.)
50% 할인이 붙어있는 겨울철 패딩 코트들이 눈길을
확 사로잡았으나
곧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올 것이다를 되뇌이며
잘 참았다.
식탁은 딱 한 곳 밖에 전시장이 없었는데 너무 고가의 물품만 있었다.
내가 신혼도 아니고 며느리를 볼 것도 아니고
그리 비싼 것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온라인에서 58,400원 짜리를 선뜻 구입하게는 안되더라.
이케아가 그립다. 구경하면 사고싶은 것 천지였는데.
이리 저리 돌아보고 백화점 비슷한 냄새와 공기에 취해 다니다가
팝업 행사장에서 고양이가 그려진 샐러드용 접시
두 개를 사고
카드 단말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덤으로 양념종지 하나를 보너스로 받아서 현금 처리를 하고 나왔다.
이제 어쩌면 오늘의 메인 행사인 브런치를 먹을 시간이다.
이 브런치를 위해서 나는 아침에 성심당 튀소 1/3만 먹고 속을 비웠었다.
푸드 코트에 당당하게 진입한다.
늦게가면 사람이 많아서 자리를 차지하고 혼밥하기에 눈치가 보인다.
먹고 싶은게 눈에 띈다.
세가지 후보를 놓고 엄밀한 잣대로 오늘의 브런치 메뉴 월드컵을 진행한다.
첫 번째 후보는 붉은 대게살 솥밥이다.
솥밥의 형태를 선호한다.
그런데 혼자 먹기에는 양이 다소 많을 듯 하고
붉은 대게를 내가 우아하게 잘 발라먹을지 자신이 없다.
게다가 대게는 잘못 삶으면 약간 비린내가 나기도 한다.
일단 유보하고 옆집을 들여다본다.
두 번째 후보는 대합조개와 굴을 넣어 만든 백짬뽕이다.
이 시기에 다양한 해산물을 넣고 끓이는 칼국수나 짬뽕이 대세인 것은 잘 알고 있다만 대합조개는 흔치 않은 구성이다.
매운 짬뽕이 아니라 백짬뽕이라는 것에도 끌린다만 이미 백짬뽕의 최정상 수준을 을지로에서 맛보았다.
그 수준에 미치지는 못할 듯 싶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어제 굴국을 끓여 먹었었는데 꽤 맛있었다.
연이어 비슷한 음식을 먹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요즈음 날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냉면이 레이더에 포착된다.
그것도 물냉면.
이름을 들어본 유명한 식당 체인점은 아닌 듯 한데 냉면과 손바닥 크기의 떡갈비 세트가 있다.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인데 <이냉치냉>인 듯 왜 이것에 끌리는 것이냐?
이렇게 후보가 많을 때 대부분 나는 집에서 내가 해먹을 수 있는가 아닌가로 결정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모두 집에서 해먹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그렇다면 다른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따져보는데 다 비슷비슷하다.
에라 모르겠다. 이럴때는 그냥 필을 따라간다.
물냉면과 떡갈비 당첨이다.
그런데 물냉면의 그 물이 딱 내가 좋아하는 정도의 간이다. 행운이다.
오랜만에 외식으로 물냉면 브런치를 즐겨본다.
중간 중간 부드럽고 달달한 떡갈비도 괜찮다.
그냥 부자가 된 듯 기분이 좋고 어깨가 우쭐하다.
사람 참 단순하다. 맛난거 먹으니 행복하다.
이번 주 친한 후배들 두 명과 아들 녀석이 모두 일본에 간다.
도쿄, 가고시마, 후쿠오카로 지역은 모두 다르다만
일본 음식이 주는 고유의 맛이 떠오른다.
오늘은 냉면과 떡갈비였으나 조만간
맛나고 양 적고 깔끔한 일식을 한번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금 배는 몹시도 부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