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사고과정이 시니컬한 것은 아니다.
자는 시간말고 깨어있는 시간은 몹시도 아깝고 귀하고
그 시간동안을 허투루 보내는 것이 그렇게도 싫은 나는
따라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맞장구 쳐주는 일에 인색하다.
상대편은 그것이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내가 까다롭고 까칠함을 넘어서서 시니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겠는데 내가 생겨먹기를 그렇게 생겨먹었다.
말도 안되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냥 오냐오냐 그럴수도 있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 뇌구조이다.
그 사람을 무시하려거나 믿지 않거나 깔봐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그냥 그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이다.
다른 생각 다른 관점은 지극히 정상아니냐?
그대신 내 생각을 오롯이 강요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럼 된 것 아니냐?
남편은 항암 직전이나 항암 직후에 컨디션도 안좋고
따라서 마음도 편치 않고 잠도 잘 못자고 대상이 없는 분노가 치솟기도 하나보다. 안 그런척은 한다만.
그리고는 내 말투와 행동에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자꾸 나를 가르치러 들고 자신이 알게 된 내용에 동조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내용이 주로 유튜브에서 알게 된 과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 들이다.
대충 <그러그러 한다더라 그럴수도 있다더라>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것이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마 아프다는 절대적인 상황에 내몰려서 일것이다.
이해하려고 봐주려고 엄청 노력중이다.
이번에는 금요일 오후 갑작스런 발열과 오한 증세가 있었으니 아마도 마음 고생이 더 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혈액 검사 등의 내용이 괜찮아서 내심 항암 종결 등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주사 종결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종결했다고 좋아라했다가 다시 재발 등 상태가
더 나빠진 예도 많은데
내가 주치의래도 쉽게 결정 내릴 일이 아닐 것 같다.
여하튼 어제 집에 들어올때부터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오늘 아침. 자꾸 이상한 말들을 쏟아낸다.
아들 녀석을 위한다는 말인 것은 알겠지만
아들에게 그다지 관심도 지원도 하지 않은 사람이
아버지라는 위치만 가지고 잔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듣다 듣다 제지를 하고 요새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더니
꼰대 특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너무 창피해서 일일이 다 적지는 못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아버지 시대의 생각이지 어떻게
내 또래의 생각일까 의심이 들곤 한다.
그러다가 결정타는 산소를 발생기켜준다는 비닐팩에서 가루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였다.
비닐 팩 안에는 이름 모를 녹색 가루가 들어있었는데
그 가루가 산소를 발생시켜준다는 거다.
세상에 처음 들어보는 과학이론인데 명색이 과학교육 전공자에게 나노 과학을 모르냐면서 큰소리이다.
아니 밀폐된 비닐 팩에서 산소기체가 발생하면
그 비닐팩은 빵빵해져야 마땅한데
그럴리가 없이 그 팩은 홀쭉하며
산소가 그리 쉽게 만들어질리가 도대체 있을 리가 없다.
아픈 환자를 겨냥한 과학을 표방한 유튜브 콘텐츠를 본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는 기가 막힌 나보다 더 기가 막힌 표정을 하고 나를 비난한다.
니가 다 아는게 아니라고. 잘난 척하지 말라고.
그렇다. 내가 어찌 이 오묘한 우주 삼라만상의 과학을 다 알겠냐만은 기초 원리는 조금 안다.
잘난 척이 아니라 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고 판단은 본인이 하면 된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시니컬한 사람인 듯 취급을 하지만
본인이 생각보다 부정적이고 아무 말이나 막하는 스타일인 것을 아마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악의가 있는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일찍 알아봤어야 한다.
우리 집에 처음 인사왔을 때 친정아버지에게
<젊어서 여자들에게 인기 좋으셨겠습니다.>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을 때 말이다.
잘생겼다는 뜻의 표현이라하지만
처음보는 어려운 자리의 장인 될 어른에게 할 말은 아니지 않는가?
그때 당황하셨던 엄마와 아버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투정을 막내 동생에게 했더니 세상에나
남편이 한 더황당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고야.
옮기기도 창피하다.
그래도 새우볶음밥에 달걀 후라이 올려서 점심을 대령하고
안방 전등을 또 무언가 잘못 건드려서 알람 소리나는 것을 이쑤시개를 찔러서 해결해주는 내가 더 시니컬한 사람 맞나?
그래도 자기가 스위치를 잘못 건드렸다는 사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이틀동안 멀쩡했던 전등이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오작동 할 리가 없다.
이제 조금있다가는 귀신 타령을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고. 내 팔자야.
내 시니컬의 종착점은 이렇게 팔자 타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