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빴던 오전

바쁜만큼 뿌듯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갑자기 일처리가 빨리 되는 날이 있다.

일처리라기보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해야할 일들을 그것도 오전 중에 모두 처리해버렸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금방인 셈이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명언이 있는게다.


먼저 만기가 다가오는 자동차 보험 계약 건이다.

늘상 처리하던 담당자와 보험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업무담당자님이 일이 빠릿빠릿하지는 않다. 내 연배 또래이다.

처음에는 사은품도 주고 달력도 보내주고 하더니 일도 잘 챙겨주더니

이제 10년차쯤 되니 그런 편의를 봐주기는커녕

견적서 보내달라해도 며칠이 걸리고

계약서도 제대로 안주고 그랬었다. 작년에.

빈정이 조금 상해서 이번 기회에 갈아타볼까 생각을 했었으나

어차피 차를 바꿀지도 모르는 변수도 있는데다가

얼마나 싸질까도 그리고 바꾸는 그곳의 담당자가 또 어떨지는 몰라서

그냥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너그럽게 생각하고 처리를 끝냈다.

귀찮아서 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미묘한 내 마음을 느꼈는지 올해는

한 방에 삼십여분도 안되어서 일처리를 끝내주었다.

그것봐라. 이렇게 가능한 일을 작년에는 왜 그랬던 것이냐.


다른 하나는 고민하던 화장실 물때 및 묵은때 제거를 의뢰한 것이다.

이것도 여러곳을 찾으면 더 잘해주고 더 싼 가격에 해줄 곳이 있을지 모른다만

지난번 이사하기 전 청소한 업체에게 일정을 맞추어서 다시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5만원 디스카운트 받아서

다음번 남편 항암하는 날 처리하기로 했다.

한번 했으니 구조도 알고 상황도 알 것이고

두 번째니 더 열심히 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인했다만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끔은 있다.

그래도 일단 구정맞이 아들이 내려오기 전에 화장실 청소를 깔끔히 하고 나면 기분이 좋을 듯 하다.

내가 한다고 애쓰다가 힘은 힘대로 들고 표는 안나고 몸살만 나게 생겼다.

이미 한달정도 충분히 노력은 해보았다.

내 노력보다 더한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명절 귀성과 귀경 열차 티케팅 첫 참전은 장렬하게 실패로 끝났다.

SRT예약이 7시부터 시작이라해서 7시에 칼같이 예약 버튼을 눌렀건만

대기 순번 7,000번대가 떳고 대기 상태에서 아침을 준비하다가 봤더니 무엇때문인지

다시 대기가 눌러졌고 10,000번대로 사이트에 진입하니 이미 다 매진이다.

그럼 그렇지. 내가 그 어려운 것을 한방에 성공할 리가 없다.

익숙한 KTX나 가보자 싶어서 들어갔다가 운좋게

16일 점심 조치원 도착, 18일 오전 서울로 가는 티켓까지는 구했다만

아들이 원하는 것은 17일 서울행이다. 그건 없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티켓이 하나씩 둘씩 나오는 듯하다.

더 나은 시간으로 갈아타기 신공을 보태봐야겠다.


그리고는 다소 늦은감이 있다만

추가로 강의할 대학교를 검색해보는 중이다.

마음에 드는 대학과 강의 주제인데 날자를 놓친 것도 있고 다행히 오늘까지 접수인 곳도 있다.

물론 실제로 사람을 구하는 자리일수도

허수인 자리일수도 있다.

나는 아직 일이 고프고 심심해서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주 2일 강의로는 나의 심심함을 모두 다 채울 수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앞으로의 2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이 될 것이니 말이다.

오랜만에 바쁜 오전을 보냈다. 뿌듯하다.


남편이 또 걸어서 조치원역에 가서 회사를 다녀온다하여(며칠 참는다 했다. 사람 안바뀐다.)

약국 핑계를 대고 나도 조금은 같이 걸어갔다 왔다.

아주 많이 춥지는 않은 듯하니 괜찮겠지 싶다.

돌아오는 길에 새 봄을 준비하고 있는 식물들을 보았다.

오늘 대문사진을 잘 살펴보면 꽃모양이 보인다. 놀랍다.

그들도 바쁜 오전 시간을 보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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