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고비는 넘겼고.

고비를 잘 넘기게 해주시옵소서,

by 태생적 오지라퍼

입춘대길과 함께 세트로 다니는 축복의 말 건양다경(建陽多慶)은

"햇볕이 많이 비추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하는데

그래서인지 오늘은 햇빛이 조금 따스한 듯 하고

건양다경의 경자는 내 이름 한자와 동일하여 친근감이 생기기는 한다.

경사 경인데 경사로운 일이 별로 없어 쉽게 자주

보지는 못하는 한자어이다.

입춘대길이든 건양다경이든 둘 중 하나만이라도 들어온다면 얼마나 좋을까말이다.


그런데 입춘날 화를 내면 안된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출처가 어딘게냐?

매일 매일이 화를 내면 정신 건강과 마음 수행에 좋을리는 없다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려오는 이야기를 지켜보느라 울화를 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만

다행히 아침에 큰 고비를 하나 넘겼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잘 되던 노트북에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거다.

껏다 켜고를 세 번이나 해봤는데 안된다.

거실에 있는 인터넷 연결 공유기 연결 상태를 점검했는데 별 이상이 없어보이고

같은 기기를 사용하는 TV는 정상 작동이고

휴대폰에도 블루투스가 잘 잡힌다.

노트북의 문제가 확실하다.

도대체 어제 밤에 내 노트북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업데이트는 내가 누른 적이 없다만 자동 업데이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침착해지려 마음을 다스리면서(입춘날 화를 내면 안된다.)

노트북 현재 네트워크 상황을 사진찍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래도 오늘따라 아들 녀석의 톡이 쌩하지 않다.

쌩했다면 화가 폭발할 뻔했는데 말이다.

바쁘지 않은 모양인지 아니면 아들 녀석도 입춘이라 화를 내지 않으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들 녀석의 답변과 보내준 처리 방법 파일을 보고 이리저리 꼼꼼이 천천이 따라했더니

장치관리자에 가서 네트워크에 무슨 디바이스 설치를 제거하라 한다.

아니 내가 새 디바이스를 설치한 적도 없다만.

장치 관리자는 처음 가본다만.

그래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믿어본다.

오호라. 설치 제거 후 다시 전원을 껏다 켜니 된다.

댕큐 베리 감사할 뿐이다.

간신히 입춘날 오전 화가 날 상황을 모면한다.

아들 녀석이 구정에 오면 세배는 안받아도

세뱃돈은 넉넉히 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다른 위기에 봉착한다.

회사를 간다던 남편이 오늘 갈 필요가 없어졌다한다.

붙어있는 시간이 길면 화가 날 확률이 높아지는데 말이다.

심호흡을 크게 한다.

점심 먹고 같이 전통시장에 가서 둘러보고 반찬을 사오자고 한다.

아이고야. 걸어갔다 걸어오는 건 안된다 했다.

한번은 버스를 타자고.

그 시간동안 절대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

땅만 보고 걸어야겠다.

참아야한다.

오늘은 화를 내면 안된다는 입춘날이다.

긴 하루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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