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괜찮은 듯 합니다.
어젯 밤에는 분명 월요일 9시 오픈런으로 정형외과를 가야겠다 굳게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발을 꼼지락대보니까
지속적인 통증이 있지는 않다.
물론 오른발에는 힘을 최대한 빼고 조심조심 밀고 다니는 수준이다만.
아침을 먹고 나서 30여분 다시 푹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일까 책상에 앉아서 영재원 강의 5차시도 순차적으로 구성을 끝냈고
대학 강의 계획서는 오늘부터 구체적으로 손을 보리라 마음먹었다.
시작이 반이니 반은 한 것이다.
이 컨디션에 이렇게 마음 먹은 것이 어디냐.
점심은 어제 남은 돼지갈비 구운 것 잘게 자르고
(아니 소고기는 국 안에 들은 자잘한 것까지 다 뱉는 사람이 양념 돼지갈비 타령을 하는 것은 도대체 뭐냐?
고기마다 다 다른거냐? 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모두 동일하게 취급하는데 말이다.)
알배추 자르고 좋아라하는 양파와 대파 왕창 넣어서 볶음밥도 만들어두었다.
남아있던 김치 순두부와 함께 주면 되겠다.
저녁은 가자미구이이다.
국은 현재로는 배추된장국이 가장 강력한 후보이다.
이 정도면 다리 부상자가 제공하는 식사치고는
최고 수준 아니겠냐.
안아프다, 아프지 않다를 다섯 번 외쳤더니 괜찮은 듯도 하다.
역시 멘탈의 힘인가?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요상하도다.
이번주 화요일은 전자렌지 A/S가 예정되어 있고
(되었다 안되었다 한다. 6개월 전부터 시름시름 아팠었다. 이사온 집에는 렌지가 붙박이로 되어 있어서 우선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수요일 저녁에는 나의 자부심인 미래학교 멤버들 모임이 서울에서 있는데
(당시 교장 선생님께서 이번에 퇴임이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다시 내려오는 것이 힘들 듯 하고
다리도 걱정되어 지금 현재로는 참석이 불투명하다.
10여명 이상이 만나는 자리이므로
나하나 빠져도 섭섭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주인공도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금요일.
남편은 구정과 맞물려 며칠 빠른 항암을 하러 서울에 가고
나는 그 시간에 화장실 청소 전문 업체를 불러두었다.
구정 맞이 화장실 두 개 대청소인 셈이다.
구정 맞이 식재료는 방금 배송시켜 두었다.
아들이 희망하는 탕국은 직접 끓일 예정이고
나물은 조치원시장에서 구입 예정이다.
아들이 집에 머무르는 단 3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보려는데
구정 전날 저녁은 생선과 고기구이
구정 당일 아침은 탕국과 잡채
점심은 나물 비빔밥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리가 괜찮다 싶으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어제밤까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당분간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요상하기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다가
마구마구 일을 척척 처리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보다 더 이상한 것은 고양이 설이이다.
어제는 내가 아프고 우울해서 내 침대 옆에서
고양이가 나를 위로하면서 함께 있어주기를 희망했었으나 저녁부터 아침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었다. 내 근처에 깨우러도 안 오더라.
환자가 되면 이상한 냄새가 나서 동물적 감각으로 그것을 맡고 기피하는 것인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여느 날처럼 기쁜 모습으로 내 책상위로 뛰어 올라와서 궁디팡팡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고양이 마음은 사람보다도 열배는 더 요상하다.
다들. 이 추운 주말에 안녕하시지요?
저는 이제 괜찮은 듯 합니다.
꼬박 하루가 걸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