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교사의 수업 이야기 179

강의 준비과정 : 실제 강의 = 8:2

by 태생적 오지라퍼

강의도 그렇고 콘텐츠도 그렇고

듣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몇 분의 시간이 엄청 중요하다.

대학 강의는 강의 시작 1주일 정도까지는 어쩌면

시범 강의일지도 모른다.

수강 신청 변경이 가능하니 말이다.

지금 강의 나가는 대학은 28명이 수강생 맥시멈이다만

너무 작게 신청하면 폐강이 될 수도 있다.

작년 2학기 금요일 강의가 그랬었다.

따라서 첫 시간 첫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소개팅이나 마찬가지이다.

강의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도 해야하지만

이 강의를 들으면 무엇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심어주어야 하니

전공 필수 강좌가 아닌 경우 쇼케이스나 마찬가지 심정이 된다.

작년은 처음이었으니 더더욱 그랬었다.

지금은 작년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선배가 되어 무언가 알려줄 말이 생겼을 것이다만.


그런데 작년에 놓쳤던 것을 올해 첫 시간에 해보려고 준비중이다.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간단하게 살펴보는 설문이다.

수강생들의 기본 생각과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과학 과목에 대해 알고 있어야

나의 강의 수준과 테마를 정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문항이 많은 긴 설문은 나도 하기 싫으므로

딱 10문항만 제시하려 한다.

그리고 4개의 척도만 준다.

<보통이다>는 과감하게 뺀다.

무언가 생각하기 귀찮거나 막막할 때 <보통이다>에 체크하는 관성을 배제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약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설문 결과를 알아보는 간단한 상태 체크를 넣어두려 한다.

40점 만점으로 점수를 합산해서 다음과 같이 결과 보여주는 것이다.

[30점 이상 : 과학에 대한 자신감 뿜뿜형

20~30점 : 과학에 대한 관심 친화형

그 이하 : 과학은 아직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형]

물론 이 설문의 결과가 평가에 미치는 영향은 1도 없으며

응답여부와 결과가 수강생에게는 어떤 불이익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것은 강사로서의 내 양심의 문제이다.

마지막 시간에는 사후 검사도 동일한 문항으로 진행해서 변화 여부를 살펴볼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시간부터는 AI를 수업 중 활동에 맛보기로 하나씩 제공할 예정이므로

AI 활용에 대한 인식도 설문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 예정이다.

오늘 문항은 확정했고

이 설문을 앱 형태로 구현하는 것은 전문가에게 부탁해두었다.

원래 계획은 창대하고 야무진 법이다.

강의를 준비과정과 실제 강의로 구분해본다면 소요되는 시간은 8 : 2 비율이다.

그만큼 준비과정이 더 길고 중요하다.


내 경험에 따르면 아픈 것이 어느 정도 나았는지는 머리를 감고 싶은지 아닌지로 결판이 나곤 했었다.

엄청 아프면 머리가 간지럽지도 않고

머리를 감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A형 독감이나 코로나 19였을 때는 아마 거의 나흘정도는 머리 감을 생각도 못하고 끙끙 알아누웠던 것 같다.

물론 열이 많이 나서 그랬을수도 있다만.

오늘 저녁으로 가자미 굽고 콩나물국 끓이고 알배추와 삼겹살 넣어 찜까지 하고 나니

머리를 감고 싶다는 열망이 타올랐다.

좋은 시그널이다.

물기가 있는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면 이번에야말로 대형사고가 되기 때문에

간이 의자를 가져다 놓고(여기는 이사오니 화장실마다 간이의자가 있더라.)

조심조심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다친 발도 조심조심 정성껏 닦아주었다.

이곳 저곳 눌러보면서 멀쩡한 왼쪽 발과 비교해보았는데 심한 통증은 없는 듯 하다.

물론 아직 부기는 있다.

세상 시원하고 살 것 같다.

내일 정형외과를 가야할까 말까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보고 결정하자.

이상하게 주말에 다쳐서 병원에는 어느 정도 정리된 월요일에 가게 된다.

주말의 저주인가?

통증에 대한 설문을 해본 적이 있는데

1부터 10까지의 통증 세기를 물어본다면 현 상황의 나는 1.5 정도이다.

통증이라기보다는 아플까하는 무서움이 더 크다.

설문은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현재 상황을 알아보는 가장 손쉬운 데이터 수집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오늘 대문 사진은 목요일 갔던 전시관 기프트 샵에서 본 것들이다. 이쁜 것들이 엄청 많았는데 선뜻 사게는 안되었다. 이제 이쁘다고 무턱대고 사서 집에다 놓는 그런 나이는 아닌 셈이다.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설문을 한다면 고민스럽기 짝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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