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하나만 보고 미루어짐작하지는 말자.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주로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 종사자였으니

대화 몇 마디에 그 사람을 파악하는 버릇이 들만도 하다.

물론 몹시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선입견에 젖어들어 그릇된 판단을 할때도 있다만 가끔은 기막히게 맞는 경우도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아주 가끔은 있다.

특히 그것이 일에 관련된 것이면 말이다.

가급적 하나만 보고 열가지를 미루어 짐작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만.


학교는 8시에서 16시(고등학교),

8시반에서 16시반(중학교)이 근무시간이다.

8시간 근무인데 학교라는 특성상 점심시간에도 끊임없이 일이 이루어져야하므로

점심시간이 근무 시간에 포함된다.

그래서 교사가 일찍 퇴근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저녁 시간이 널널하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만

일찍 출근한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행정실 근무자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청 같은 기관으로 가면 유연근무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만.

그래서 교육청이나 교육기관에서의 일에 대한 연락은 대개 16시반 이후에는 오지 않는다.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에 대비해서 알고 계시라.

교육기관에서 돈을 요구하는 그런 일은 없을테지만.

오늘 부산시교육청 업무 협의 전화는 11시경에 왔었다. 이게 정상이다.


오늘 네시반이 넘어서 오늘의 중요 연락은 없겠다싶어

지하 커뮤니티센터 골프연습장에 갔는데 전화가 들어온다.

올해 목요일 강의를 해주기로 한 학교라면서.

그런데 업무담당자 목소리가 엄청 작다. 남자분이셨는데.

그리고 속삭이듯이 이야기를 한다.

밖에 복도로 나가서 이야기하는데도 영 잘 들리지 않는다.

무언가 서류가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외부라 잘 안들리는데 문자로 주시면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자꾸 내일 학교 방문이 안되냐는 거다.

아니 준비할 서류가 뭔지나 알려줘야지

그것도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학교를 오라는 일의 순서는 도대체 무엇이냐?

이런 것을 갑질이라고 부른다.

애인이라도 다음 날 약속을 무조건 잡는 것은 아니다.

내 개인 일정을 존중한다면 말이다.

딱 들어봐도 일의 매뉴얼도 입력되어있지 않고

멘붕 상태인 목소리이다.

연말정산의 시기이고 학기말이고 예산을 모두 털고

새 예산을 세워야하는 시기의

행정실이 얼마나 바쁜지 잘 알고 있다만 이건 아니다.

그리고 내일이 지나면 구정 휴가이다.

구정도 잘 모르고 있는 말투이다.

내가 내일은 방문이 어렵겠다고 그 이후가 구정이라서 라고 말했더니

<아하 구정이구나.> 이렇게 대답하는 것을 보니.

문자를 보내주겠다 했는데 아직까지도 문자가 없는 것을 보면

퇴근했거나 아니면 다른 일로 정신이 없거나 둘 중 한가지이다.

내일 오전에 9시에 전화 예정이다.

전화 한통에 이 사람은 나에게 신뢰를 잃어버렸다.


내일 집 화장실 청소를 하러 오시는 분들은 처음 만나는 분들이다.

지난번 이사 전 청소를 하러 왔을때는 막내동생만 보았었다.

이사 오기 전 집이 얼마나 더러웠었는지는 동생의 이야기로 잘 알고 있고

그 더러운 집 청소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만

청소 상태가 내 눈 높이에 조금 못미쳤던 것은 사실이다.

내일은 화장실 두 개만 청소하니 꼼꼼히 해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내가 매의 눈으로 살펴보면 될 것이고 내 얼굴을 보면 일단 열심히 할 것이다.

웃거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나는 무서워보이는 인상이다.

그러나 조치원에 내려와서 지금껏 만났던

세무서와 읍사무소 직원들, 각종 A/S 기사님들과 중문 설치 기사님, 슈퍼 사장님 그리고 미장원 원장님과

오늘 나에게 스크린 골프 시스템 작동을 알려주신 이름 모를 이웃과

어제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님들까지 모두 불친절한 분들이 없으셨다.

이게 시골 인심인가 싶게 말이다.

그러므로 내일의 청소도 걱정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무표정하고 불친절한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조금 더 지나봐야 그 답을 알수 있을 것이다만.

하나만 보고 열을 짐작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서울에 간지 일주일이 지나면 서울역 저 건물이 그리워진다. 친절하지도 않고 무표정하다면서 왜 서울을 그리고 서울의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 것일까?

빠르면 구정 지나고 금 혹은 토요일에나 서울행이다. 그때까지는 휴대폰 사진이나 서울 여행 유튜브에 의존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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