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못보는건가?
스포츠 매니아라고 자부하는 내가
아무리 비인기종목이라해도 중요한 세계 대회 결과는 다 꿰차고 있는 내가
금메달 따는 장면은 못해도 10번은 돌려보는 내가
이번 동계올림픽은 전혀 안보고 있다.
아니 못보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계 올림픽에 비해서 종목도 선수도 훨씬 적고
기본적으로 내가 추운데서 하는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엄청 떨어진다는 것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 시스템의 문제가 제일 크다.
독점으로 중계권을 딴 모 방송사가
내가 제일 좋아라하는 <불꽃야구>와 법적 공방을 다투고 있기도 하고
(내 마음속으로 보이콧하고 안본지 1년이 넘었다.)
공중파와의 계약이 어긋나서 영상을 올리거나 올림픽을 언급하는 것조차 안된다고 들었다.
그러니 지나가는 네이버의 기사나(이제 네이버를 별로 보지 않는다.)
스래드에 올라오는 내용 정도로만 보게 되니(해시태그까지 찾아서 볼 정도가 되지는 않는다.)
나같은 매니아가 이 정도 수준이면
다른 사람들은 동계올림픽 하는 것도 모를 수 있겠다 싶다.
오늘 아침 일어났더니 금메달 하나를 땄다는 사진이 올라온다.
앳된 선수가 감독과 얼싸안고 우는 모습이다.
우리는 왜 너무 좋으면 우는지 모르겠다.
외국 선수들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더 많은 듯 한데
우리는 공부를 잘해서 대학에 입학해도 운동을 잘해서 메달을 따도
우는 사람이 더 많다. 울지않더라도 울음을 애써 참는다.
그런데 나같아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그 힘들었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 당연히 눈물이 나지 않을까?
외국 선수들이라고 그만큼 어려운 시간이 없었을리는 없을텐데
습관인지 태생적인지 정말 환하게 웃는다.
약간 부럽기도 하다.
(물론 그 유명한 골프선수 로리맥길로이도 작년인가 힘겹게 메이저 우승을 하고 눈물을 훔치기는 했었다만.)
그러나 웃으면 어떻고 울면 어떻냐.
그들의 웃음과 눈물은 아름답기만 하다.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나저나 월드컵 축구도 그렇고 하계 올림픽도 그렇고 모두 이런 방송 시스템이라는데
WBC나 기다려야하나 싶다.
그런데 WBC 야구는 경기 시간이 엄청 길고
그것을 다 지켜보다가는 고구마 100개 먹을테고
속이 짓무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데.
(출전 국대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잇달아 들린다.)
물론 가슴 뻥뚫리는 반대의 경우를 기도한다만.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냥 <불꽃야구2>나 볼란다.
내가 응원한다고 경기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
그냥 마음속의 응원과 경기 후 마음속의 박수만 보내련다.
이거거나 지거나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는 박수가 필요하다.
경기를 보거나 안보거나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오늘까지 대학 추가입학이 결정될텐데
이번에 실패한 그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다만 열심히 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그들에게 명절이 도망가고 싶은 날이 아니기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실패했다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
젊은 나이에는 말이다. 나는 조금 힘들겠다만.
(오늘의 멋진 일몰 사진을 보내준 후배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똥그란 해가 너무 이쁘다. 눈으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컸다고 한다. 후배의 사진을 너무 많이 차용해서 내 브런치를 장식하고 있다. 다음에 맛난 밥이라도 사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