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 꿰면 된다.
교사였던 나에게 3월은 모든 것이 새롭게 리셋되는 달이었다.
담임이면 더욱 더 긴장하게 되고
담임이 아니라도 새로운 학생들은 만나야하는 것은 교사로서 숙명이니
2월말의 매일을 기도하면서 보냈다.
어디든 아주 이상한 빌런은 존재하는 법이므로.
이상한 상황과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피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혹시 만나더라도 슬기롭게 해쳐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가끔은 성악설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던져지곤 한다.
어리다고 학생이라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해 줄 수는 없는 그런 상황이 분명 발생하고
점점 더 그런 일들이 많아져서 후배 교사들에게 무조건 참아라 견뎌라라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님이 그 대상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니 교육현장의 어려움은 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들 덕분에 에너지를 받고 젊게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학생들의 조잘거림과 웃음속에서 나는 일생을 보냈으니 교사로서의 삶은 분명 행복했다.
이번 주까지 모든 학교는 신학기 대비 주간 업무를 수행한다.
새 교실도 정리하고 교육과정도 시간표도 확정하고
업무도 인계인수 받고 평가계획도 세우고
할 일이 태산이고 해도 해도 해야할 일이 나오는 시기이다.
업무 또한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은 없고
새로 해야할 것들만 교육청에서 내려온 지침이 벌써 여러개일 것이다.
그 중에 <모든 학교 탄소중립 실천> 업무를 나를 포함한 연구팀이 하나 더 보탰으니 미안할 따름이다만
최소한의 노력으로 가능하게 매뉴얼을 세세하고도 손쉽게 짜두었으니
어렵지 않게 도전해봐주었으면 좋겠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기면서 쉽게 해보자는게 평소 나의 철학인데
지금 이 시기의 선생님들에게는 귓등으로 스쳐지나가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교사만큼 학생들도 학부모님들도
새학기 증후군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누구나 새로운 것, 처음 만나는 어색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같이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똑같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내 맘에 쏙 드는 그런 영화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첫 만남의 기억이 중요하다.
가급적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한다.
생긴 것을 가지고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나쁜것이니 신경쓰지 말자.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이 수업 시간은 지겹지는 않겠다.>라는 마음이 들지 않게만 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그 선생님의 비법일 수 있다.
PCK(Pedagogical Content Knowledge)는 잘 알고 있는데 그런 비법이 없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첫 담임 시간에서 고개 한번 들지 않는 책상만 내려다보고 있는 학생이 없다면 다행인 것이다.
물론 그런 학생이 있는 경우 최선을 다해서 도와줘야하는 것이 담임의 역할이다만.
반대로 학생의 입장에서는 첫 수업 시간이나 담임 선생님과의 만남 시간에 무조건 고개를 들고
선생님을 쳐다봐주는 것이 한 학기를 혹은 일 년을
잘 보내는 첫 번째 방법이다.
잘 듣고 눈을 맞추고 잘 쳐다봐주는 것은 신뢰의 기본이 되는 제스츄어이다.
고개를 가끔 끄덕여준다면 더할 나위없지만 그것까지는 시도해보라고 하지는 않겠다.
세상 일 어려운 것도 많지만 생각보다 쉬운 것도 많다.
2월 마지막 주 새학기 대비 준비를 철저히 하고
(학생이나 교사나 학부모나 새로운 마음을 먹고 일년을 야심차게 출발해야 한다.)
3월 첫 만남을 잘 해보는 것이 새학기 대비의 완성본이자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이다.
누구나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첫 날부터 깽판쳐야지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물론 그러하다. 한 주의 시작 월요일이다.
해야할 일이 많아서 행복하다.
이번 주 일들을 잘해보고 싶다.
(어제는 달을 못봤고 이 달은 후배 지인 촬영본이다.
잘 보면 달 위에 또 반짝이는 별이 보인다.
이번주와 다음 주 행성들과 달이 근처에 일렬로 정렬하거나 일식이 일어난다고 예고되어 있다.
3월 첫 강의 주제는 일식이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