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늙어가는 중.
점점 긴 호흡의 글이나 그림 그리고 이야기 등은 피하게 된다.
아니 못하는게 맞다.
긴 시간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않다.
잠깐 잠깐 생각하고 쓰고 그리고 이야기하고
그리고는 또 그 중의 일부는 망각하는 과정의 도돌이표이다.
따라서 몰두하고 봐야하는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장편 소설 등은 내 일상에서 사리진지 꽤 돠었다.
숏츠나 짧은 동영상이나 SNS 게시물 정도의 글 혹은 기사의 제목 등만 훑고 사는 삶이 되었을지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어라. 그런데 이것은 아마도 젊은이들도 그런 듯 하던데.
그럼 늙어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런지도 모른다.
오늘은 하루 집을 비운다.
부산시교육청 수학여행 답사팀 인솔 아르바이트가 저녁 8시 서울역에서 해산 예정이고
내일 오전 일정이 있어서 서울 동생네 집에서 하루 자고 오려한다.
막내 동생은 마침 내일 조치원에서 회의가 있어서
오늘 오후에 조치원으로 내려온다하고
남편은 오늘 공장에 가서 밀린 일처리를 하고
내일은 서울 병원에서 CT 촬영이 있어서
나의 서울행에 동행할 예정이다.
고양이 설이 밥주는 것은 톡으로 설명하면 될 것이고
나가기 전에 애정도 듬뿍 그리고 배변을 정리해 줄 예정이다.
새 밥은 하고 있고 동태탕은 어제 저녁 끓여두었는데 입짧은 동생이 먹을지는 모르겠다.
오늘 수학여행단 답사 이동 거리는 어마무시한데
대부분 렌트카로 기사님이 운전해주시고
단체 예약팀과의 미팅과 숙소 확인 등을 하는 것이니
나는 멀미만 안하면 된다.
국중박과 경복궁을 들리기는 하나 전시물을 볼 시간까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국중박 1층 로비의 대동여지도 전시는 보고 싶은데 말이다.
서울의 교통은 언제 얼마나 막힐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을 잘 맞추면 국중박 입구 남산뷰 혹은 경복궁 입구에서 일몰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번의 예로 보면 그랬었는데 그때와 지금의 일몰 시간은 사뭇 다르다.
이동 경로는 비슷하기는 한데.
어제는 이사오면서 새로 산 고양이 배변기 비닐을 처음으로 교체해야하는 날이었다.
갑자기 비닐이 똑 떨어지니 습관성 불안감이 몰려왔다.
교체하는 일은 아들 녀석 담당이었다.
첫 날 알려준 것은 같다만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고 비닐 자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옆의 고양이 모래랑 필요기기 모아둔 곳에 없더라.
이럴때는 아들 녀석 찬스를 쓸 수 밖에 없다.
마침 점심 시간이었다.
톡을 보내놓고 답을 기다리는 동안 비닐은 찾았는데
어떻게 끼우는 것인지는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다.
또 다급하게 톡을 보내둔다.
얼마 후 점심을 다 먹었는지 답이 온다.
말로는 설명이 어려우니 영상이나 그림을 찾아보내준다고.
나 똥손인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보내준 그림을 보니 쉽게 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 또 하려면 기억이 하나도 안 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렵지 않다 한번 해봤다는 자신감이 두려움을 없애 줄 것이다.
아들 녀석이 이런 나에게 침을 한 대 놓는다.
<유튜브에 왠만한거 다 있어요. 불꽃야구만 보는 곳이 아님.>
아직 유튜브로 무언가를 검색해서 찾아보는 일은 어색하고 낯설다.
아들 녀석은 아직도 나를 천하무적이었던
40대나 50대의 엄마로 인지하고 있나보다.
나 이제 늙었다.
늙고 기력이 많이 떨어져서
어떨 때는 햇반 뚜껑 비닐 열기도
알루미늄캔 뚜껑 따기도
꽁꽁 밀폐된 약통 뚜껑 따는 것도 힘에 부치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화가 불쑥불쑥 치솟고
힘없는 손가락 대신 이빨을 사용하려다 흠칫 놀라고
칼이나 가위를 찾곤 한다.
너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다만.
나도 내 엄마의 늙음을 인정하기 무지 싫었다만
내 엄마의 치매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만.
월요일 남편이 시어머님의 휠체어 탄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똑같다.
이렇게 늙어간다.
(그래도 가끔씩 멋진 사진을 주고 받고 위로의 이야기를 나눠주는 좋은 지인들이 있어서 기쁘다.
어제는 내 그림 스타일에 대해 그림이 꼭
이래야하고 저래야 하는게 없고
나의 수채화가 주는 멋스러움과 위로가 있다고
격려해주었다.
이런 감사함으로 늙어감을 커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