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하다.

신기한 일을 기다린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2월의 마지막 날.

정월 대보름맞이 주문한 오곡밥과 각가지 나물들과

동생이 맛나게 끓여준 청국장을 먹느라

세상에나 생선구이를 해놓고 잊어버렸다.

나랑 동생이랑 둘 다 까맣게 잊어버렸다.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이깝기 짝이 없다.

모든 음식은 조리하자마자 그때가 제일 맛난 법이다.

그렇다고 오늘 아침부터 생선구이 정식을 먹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는가?

요상하다.


어제 오후부터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물 업로드가 안된다.

요상한 메시지가 나온다.

<회원님의 계정활동이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 게시물을 공유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이다.

내가 지적재산권이나 선정적이거나 그딴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이라 페널티를 주겠다는 뜻인데

세상에나 나는 꽃이나 달과 하늘과 구름, 음식이나 내가 그린 못그린 그림등을 올리는 소소한 이용객이다.

처음에는 내가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오늘 이 시간에 내가찍은 달 사진도 똑같은 이유로 업로드가 안되어서(오늘의 대문 사진이다.)

이건 이상하다 싶어서 검색을 통해 문제 신고를 했다.

찾아보니 내 계정에 이상한 게시물이 올라갔다고 된것도 없고 누가 내 게시물을 신고한 사항도 없더라.

단순 버그일지도 모르겠다.

말로만 듣던 그 버그가 나에게도?

버그 신고라고 기록되더라.

그런데 인스타그램과 연동된 페이스북이나 스래드는 게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요상하다.


어제 행성의 직렬이라는 멋진 천문학적 현상을 구경하려 20시에 야심차게 밖으로 나섰으나

달과 목성만 보고 그 이상에는 실패했다.

내가 학생들과 천체 관측 행사를 잡거나 교사 연수에 가는 날마다 날이 흐려서

제대로 관측을 못했던 조바심나고 가슴 아린 기억이 다수 있다.

날씨 요괴였던 셈이다.

어제는 다행히 구름이 없고 이곳은 서울이 아니라 광해도 훨씬 없고

관측의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만

내 시력의 문제인지 거의 보름달이 되어가는 달과

그 바로 위로 점으로 찍힌 목성까지는 뚜렷하게 보였는데(사진에 담기는 쉽지 않았다만)

그 이상의 행성은 찾지 못했다.

오리온자리는 봤다만.

그리고 십 여분쯤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목이 너무 아파서 포기했다.

천체 관측에 제일 좋은 포즈는 누워서 보는 것이다.

올려다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누워서 별을 보려면 날이 따스해야하는데 아직은 안된다.

누워서 별보다가 입 돌아가는 수가 있다.

좋은 것을 구경하는 일이란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쉽게 운좋게 한번의 시도로 대단한 것을 얻는 행운의 사람들도 있긴 하다만

나에게는 전혀 해당되지않는 일이다.

요상하다.


오늘 아침. 고양이 설이가 남편방 문을 긁는 소리가 났다.

열어달라고 말이다.

흠칫 놀라서 핸드폰을 보니 6시쯤 되어보였다.

늦잠인가 싶어서 일어나 설이와 살며시

남편방 문을 열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설이 츄르를 하나 주고 내 아침약을 먹고

다시 휴대폰을 보니 아까는 분명 6시로 보였는데 5시였나보다.

이런. 의도치않게 빠른 3월의 첫날을 맞이한다.

나를 그렇게 깨우더니 고양이 설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요상한 동물이다. 고양이란.

5년을 함께 지냈어도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있다.

하긴. 40년을 부부로 살았지만 요새처럼 오래 붙어있어본 적이 없었던 남편의 뇌구조와 생활 습성을

이해하는 일이 더 어렵기만 하니

고양이를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말도 안통하는데.

그런데 그 고양이와 통하고 있다 같은편이다라는

이 묘한 느낌은 무엇인가?

남편이랑은 전혀 한편이라는 동지의식이 안생기는데 말이다.

요상하다.


요상한 일 말고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신기함이란 <나에게 이런 행운이?> 라는 느낌이 포함된 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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